터키發 금융불안 커지자 신흥국들 잇단 금리 인상

입력 2018-08-15 21:14
터키발(發) 금융불안이 글로벌 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거침없는 ‘달러화 강세’로 자국 통화의 가치가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특히 신흥국에서 ‘금리 인상 도미노 현상’이 거세다. 이는 유동성 악화와 함께 국가신용 위험도 상승, 글로벌 주식시장의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터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리라화 급락에 따른 금융위기 우려가 증폭되면서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가신용도가 낮아져 채권 발행 때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의미로, 해당 국가나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15일 금융정보제공업체 마르키트(Markit)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터키의 CDS 프리미엄은 전일 대비 130.94bp(1bp=0.01%) 급등한 579.98bp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28일(647.56b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터키 금융당국은 터키 은행과 외국인 간 스와프, 현물, 선물환 거래를 은행 지분의 50%까지 제한하고 나섰다. 리라화 가치가 지난 10일에만 20% 넘게 폭락하자 긴급 처방을 내린 것이다.

그나마 급락세는 일단 멈췄다. 달러·리라 환율은 전일 7.2리라에서 13일 6.3리라까지 떨어졌다. 이에 힘입어 지난 14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112.22포인트 상승한 2만5299.92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51.19포인트 오른 7870.89에 마감했다.

하지만 신흥국으로 ‘위기 전염’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13일 기준금리를 연 45%로 끌어올렸다. 올 들어서만 네 번째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았지만 최근 터키 사태가 불거지면서 깜짝 금리 인상 카드로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필리핀 중앙은행도 올해 들어 5월과 6월에 이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또 인상했다. 인도 중앙은행도 지난 1일 기준금리를 6.25%에서 6.50%로 올린 데 이어 이달 말에 추가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등도 환율 폭등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저울질 중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