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LG, AG 휴식기 보약될까

입력 2018-08-15 17:29
올 시즌 중반까지 상위권을 질주하던 한국프로야구 LG 트윈스가 마운드의 부진 등으로 인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LG 3루수 양석환이 동료의 실책 등을 지켜보며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올 시즌 ‘신바람 야구’를 되찾겠다고 약속한 뒤 상위권을 질주하던 LG 트윈스가 여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추락 중이다. 후반기 들어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투수진이 급격히 무너진 탓이다. 3주가량의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전력 재정비 기회로 활용해 마지막 30경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15일 현재 LG의 후반기 성적은 6승18패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지난 10일 8연패를 끊어냈지만 이후 다시 3연패했다. 1개월여 전만 해도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와 2위 싸움을 펼치던 팀이 지금은 6위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 없는 5위에 랭크돼 있다. 7위 KIA 타이거즈에 단 0.5게임을 앞서는 만큼 ‘가을야구’도 장담할 수 없다.

후반기 부진의 원인은 무너진 마운드에 있다. LG 투수들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리그에서 가장 높은 7.65점이다. 이닝마다 1.83명의 주자를 출루시키고, 타석에 들어서는 3명 중 1명에게 꼬박꼬박 안타를 허용한 결과다.

외국인 선발 듀오부터가 확연히 힘이 떨어졌다. 1선발 헨리 소사는 후반기 5차례의 선발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실점 이하 피칭)를 달성한 경기가 단 1경기다. 지난 6월 완봉승을 기록하기도 했던 타일러 윌슨은 지난달 말 오른쪽 팔꿈치 손상이 발견돼 전력에서 빠졌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선발진의 부진은 곧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에 자주 등판해야 했던 LG의 불펜진은 지쳐 버렸다. LG 구원투수들의 후반기 홀드(8개)와 세이브(3개)는 각각 리그 최하위다. 류중일 감독도 “잡으라고 올렸는데 반대로 얻어 맞는다”며 불펜진 운용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팀의 ‘믿을맨’으로 활약하던 필승조 김지용은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다. 마무리 정찬헌마저 허리 통증으로 지난 1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트레이드를 통해 ‘긴급 수혈’한 문광은도 불펜의 돌파구가 되진 못하고 있다. 문광은은 지난 14일 KIA와의 경기에서 김주찬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구단마다 30경기 안팎을 남겨놓은 상황, 전문가들은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LG의 반등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다안타와 득점에서 1위를 달리는 김현수가 버틴 타선은 약하지 않다. LG 출신인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LG가 지난해에 비해 타격은 좋아졌다”며 “3주간의 휴식은 마지막에 싸울 힘을 갖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휴식기 직전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민 해설위원은 “LG가 하필 넥센 히어로즈와 KIA 등 최근 타선이 활화산 같은 팀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점수를 많이 내고도 지곤 했다”고 말했다. 민 해설위원은 “베테랑들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휴식기에 투수진을 추스른다면 힘 있는 팀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