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가 기독교와 과학을 대할 때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하곤 한다. ‘하나가 진리면 하나는 허구’라는 잘못된 선택을 강요하는 셈이다. 영국 버밍엄대에서 ‘과학과 종교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런 고민에서 독자를 구해준다. 2004년부터 성공회대에서 과학과 종교, 생태신학과 조직신학 등을 강의해 온 저자 김기석(사진) 신부는 책을 출간한 직후인 지난 1일 성공회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저자는 과학과 종교가 진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으며 이들 간 갈등을 일으키는 극단적인 과학만능주의 또는 성서문자주의를 경계하자고 설득한다. 하나의 예로 1600년대 아일랜드 교회의 제임스 어셔 대주교가 구약성경의 문자적 기록을 근거로 삼아 “천지창조가 기원전 4004년 10월 22일 오후 8시에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한 점을 들었다.
“성서는 하나님께서 세상과 인간을 창조한 주님이심을 알려주는 점에서 만고불변의 진리이지만 그 방법과 시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문자주의로 성서를 읽고 이를 타인에게 강요하기 때문에 무신론자들에게 반대의 근거를 제공하고 그들의 사기를 올려준다”고 꼬집는다.
책은 오히려 과학과 종교가 충분히 함께할 수 있음을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본질을 알지 못하며 그분이 지으신 우주를 통해 엿볼 수 있다”는 아이작 뉴턴의 고백이 그중 하나다. 실제로 뉴턴은 과학에 관한 기록보다 성서 연구에 관한 원고를 훨씬 더 많이 남겼다. 기독교의 창조신앙은 세계가 신들의 전쟁으로 생겨났다고 말하는 바빌로니아 창조설화로부터 인간을 해방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을 다음과 같이 축약한다. “만일 광대한 우주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주는 얼마나 외롭겠습니까. 피조물 가운데 하나님을 알고 그분의 사랑을 찬양하는 존재가 있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당신의 형상을 지닌 사람을 만드셨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종교와 과학, 진리 추구에선 ‘양자택일’ 아닌 ‘양자 조화’의 문제
입력 2018-08-1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