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인 삶에도 신앙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18-08-17 00:02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기독교인으로 사는 건 힘든 일이다. 삶의 자리에서 맞닥뜨리는 무수한 질문에 신앙인으로 답하며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기독교인을 힘들게 하는 이슈 중에서 공적 영역, 특히 정치 분야는 가장 고약한 분야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신학자 톰 라이트가 바로 이 문제를 새 책 ‘광장에 선 하나님’(IVP)에서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원제 ‘공적인 하나님(God in Public)’이 보여주듯, 저자는 하나님나라 복음을 토대로 우리 시대의 공적 영역과 정치 분야의 문제에 답을 제시한다.

우선 성경에서 예수님이 말하는 ‘하나님나라’의 진정한 의미를 살피며 이 개념이 어떻게 왜곡돼 왔는지 분석한다. 그는 “서구교회는 대개 하나님나라라는 아이디어, 하나님이 온 창조 세계에 대한 정당한 주권을 주장하신다는 아이디어를 포기했다”며 “(하나님나라를) 하나님이 창조 세계로부터 구원한 자들을 영접해 들이는 하늘의 나라를 가리키는 것으로 교육해 왔다”고 꼬집는다.

이어 공적인 삶에서 기독교 신앙을 위한 자리가 사라진 이유를 분석한다. 기독교를 아예 부정하거나, 인정하더라도 해로운 종교 따위로 취급하는 신(新)무신론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기독교를 사적인 신앙으로 변호해왔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그는 상황 분석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시대에 공적인 삶을 침노할 수 있는 건전한 기독교 신앙과 삶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교회의 일차적 역할 중 하나가 예수님의 주권적 다스림에 대해 증언하고 세상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에게는 부름 받은 곳이 어디든 앞장서서 진짜 ‘야당’이 될 책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교회의 소명에는 세상의 통치자들이 하는 일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끊임없이 비판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세상의 통치자들이 신경도 쓰지 않거나, 지원할 자원이나 정치적 의지가 없는 일들 가운데 교회가 진지하게 착수해야 할 일이 수백만 가지나 된다”고 역설한다.

그는 테러, 선거와 정당, 불평등 문제, 국가 권력과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찬찬히 들여다본다. 고민은 많은데 책을 다 읽어볼 여유가 없다면 9장 ‘공적인 삶에서의 기독교 신앙’만 우선 읽어봐도 좋겠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