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 지상전 사이버전…민주당 당권후보 캠프를 가다

입력 2018-08-18 04:04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한 세 후보의 17일 서울 여의도 캠프 모습. 송영길 후보 캠프에는 송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이 마주 보도록 사진을 배치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경제 전문가인 김진표 후보 캠프는 ‘경제’를 부각시킨 벽면을 꾸몄다.다.
이해찬 후보 캠프에서 상주 직원들이 업무에 몰두해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사무실을 ‘캠프(camp)’라고 부른다.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여 생활을 한다는 뜻이다. 캠프는 야영지나 막사를 뜻하는 군대 용어이기도 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17일 “군대 용어에서 유래된 표현인 것 같다”며 “선거라는 전쟁에 임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들이 여의도에 차린 캠프도 전당대회를 1주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캠프는 전당대회 준비를 총괄하는 ‘종합 지휘소’다. 신문이나 방송 등 기성 언론을 통해 후보의 정치적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공중전이다. 조직을 동원해 각 지역의 당원들을 직접 만나 한 표를 부탁하는 것은 지상전에 해당한다. 온라인 여론 동향을 주시하는 사이버전도 주요 전쟁터다. 캠프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치열하게 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캠프를 보면 전략이 보인다

캠프는 보통 전략팀, 메시지팀, 온라인팀, 일정팀 정도로 구성돼 있다. 각 의원실에서 파견된 보좌진, 당원들, 일반 지지자들을 포함해 30∼40명이 상주한다. 보통 오전 8시쯤 팀장 회의, 이어 팀별 회의가 진행된다. 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대중없다. 다음 날 일정에 따라 자정 가까이 캠프 불이 켜져 있는 일도 다반사다. 캠프의 구성이나 하루 일과는 대동소이하지만 직접 캠프를 찾아가 보면 캠프 사무실 내부 곳곳에서 각 후보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여의도 극동VIP빌딩 6층에 차려져 있는 송영길 후보 캠프는 전체적으로 ‘파랗다’는 인상을 준다. 파란색은 민주당 상징색인 동시에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기도 하다. 송 후보는 새로운 친문(친문재인계)을 뜻하는 ‘신문(新文)’을 표방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들 표가 40% 반영되는데, 권리당원은 대부분 친문 성향이 강하다. 송 후보 캠프는 친문 권리당원들의 표심을 주요 공략 포인트로 삼고 있다.

캠프 입구부터 파란색 배경에 송 후보의 상반신을 크게 프린트한 입간판이 서 있다. 사무실 유리문에는 ‘문을 열고 들어오면 길이 보인다’는 문구가 파란색 글씨로 적혀 있다. 이 역시 ‘문재인 마케팅’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문’과 송 후보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길’을 전략적으로 한 문장에 배치했다. 캠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형 파란색 플래카드 안에 문 대통령과 송 후보의 사진이 마치 서로 마주보고 있는 듯 배치돼 있다.

김진표 후보 캠프는 송 후보 캠프 맞은편인 대하빌딩 5층에 꾸려져 있다. 김 후보 캠프는 사무실 내부 업무보다 지역 현장 방문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파티션 등으로 팀별 공간이 나뉘어 있고 책상 위에는 노트북들이 놓여 있었지만, 자리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캠프 관계자는 “지역 현장에 가서 당원들을 만나는 게 가장 기본 업무”라면서 “후보도 ‘현장을 찾아다닌다’는 콘셉트를 갖고 다양한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캠프가 현장 공략에 주력하는 데는 ‘대의원 표를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는 45%를 차지한다. 캠프 관계자는 “대의원, 권리당원, 일반 여론조사가 차이를 보일 경우 대의원 표심을 잡는 후보가 최종적으로 이길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이해찬 대세론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 후보에 대한 호감 여부를 떠나 이 후보가 당대표 역할을 맡는 게 당을 위해 바람직한지 고민하는 대의원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동아빌딩 3층에는 이해찬 후보 캠프가 있다. 건물 1층부터 사무실 유리문까지 곳곳에 ‘이해찬의 든든캠프’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강한 리더십’을 토대로 대세론을 강조하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캠프 안에는 현장 유세 때 사용하는 손팻말이 놓여 있는데 ‘강한 민주당, 오직 문재인, 결국 이해찬’, ‘강한 민주당, 든든한 이해찬’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민주당의 역사와 이 후보 개인의 역사를 연도별로 나란히 비교해 둔 홍보물도 인상적이다. 민주당은 1955년 창당했고, 이 후보는 1952년 태어났다. ‘민주당의 역사가 곧 이해찬’이라며 경험과 연륜을 강조한다.

이 후보 캠프는 다른 캠프에 비해 다소 협소하다. 아직 내부 정리도 덜 된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지금도 완전히 세팅이 덜 됐다. 계속 책상 위치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 자체가 가장 늦게 꾸려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막판까지 출마를 고심하면서 출마선언 당일(지난달 20일)에야 급하게 비어 있는 사무실을 찾아 서둘러 계약했다.

잘 싸우는 기술 vs 잘 싸우지 않는 기술

캠프 간에는 보이지 않는 두뇌싸움도 치열하다. 과거에는 순회 경선을 진행할 때 투표 결과가 지역별로 바로바로 공개됐다. 후보별로 어느 정도 득표 추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25일 하루에 일괄 투표하는 ‘원샷’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후보별 득표 추이를 지켜볼 수 없게 됐다. 당 안팎에서는 “결국은 투표함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며 전당대회 결과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각 캠프는 서로 ‘대세론’을 선점하기 위해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동층 표심이 대세론이 형성된 후보에게 쏠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선거 초반에는 ‘이해찬 대세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자 김 후보는 “1강 1중 1약 구도가 될 것”이라며 자신이 1강이라고 주장했다. 송 후보는 “저와 이 후보가 2강으로 경쟁하는 구도”라고 맞받아쳤다.

‘싸움의 기술’도 중요하다. 당내 선거인 만큼 상대 후보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상대 후보의 약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나치게 각을 세울 경우 당내 분란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아 오히려 당원들의 마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적절한 수위에서 상대 후보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잘 싸우는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게 ‘잘 싸우지 않는 기술’이다. 이 후보 캠프는 다른 후보들과의 논쟁은 자제한 채 대세론을 확장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상대 후보가 싸움을 걸어와도 응하지 않는 이른바 ‘포지티브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정 이슈로 전선이 형성될 경우 싸움을 걸어온 후보에게 표를 뺏길 수 있어서다. 경쟁 후보들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이 후보 캠프는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글·사진=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