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보다 사람들 시선 먼저… 목회자 자녀여서 감사합니다”

입력 2018-08-15 00:01
목회자 자녀들이 14일 서울 성북구 벧엘교회에서 열린 제31회 목회자자녀세미나에 참가해 예배드리고 있다.송지수 인턴기자

14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벧엘교회 2층 본당에서 찬양이 흘러나왔다. 평일 이 시간에는 예배당이 비어있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날 예배 자리를 찾은 사람들은 모두 제31회 목회자자녀세미나에 참석한 PK(Pastor Kids·목회자 자녀)였다. 이들은 “더욱 가까이 더욱 가까이 주님 앞에 나아갑니다”고 찬양을 부르며 예배에 집중했다.

한국지역복음화협의회(총재 피종진 목사, 대표회장 설동욱 목사)와 목회자사모신문이 공동 주최한 대회엔 120여명의 PK가 참여했다. 처음 참가한 이들도 있었지만 박수경씨(29·인천학익장로교회)처럼 경험자도 있었다. 박씨는 21세이던 2010년 처음 목회자자녀세미나에 왔다. 이번이 다섯 번째 참가다. 세 번째 참가부터 스태프로도 섬기고 있다. 이번 대회 땐 특별히 다른 PK 앞에서 간증을 나눴다.

박씨는 교회에서 자신을 따라다니는 ‘목사님의 큰딸’이라는 수식어에 갇혀 살았다고 했다. 아버지 사역에 방해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각종 봉사 등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틀어지지 않도록 힘썼다. 박씨에겐 하나님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먼저였다. 그리고 그게 짐이 됐다. 그런 타인의 시선을 깨트린 곳이 목회자자녀세미나였다.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게 되게 신기했다”고 입을 연 그는 “이곳에선 아무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나님께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미나 이후에도 삶은 180도 바뀌진 않았다. 그러나 박씨 마음엔 ‘목사님 딸’로서의 의무감 대신 감사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주위의 시선은 관심이었고 사랑이었다. 박씨는 “세미나에 오면 항상 하는 고백이 있다”며 “목회자 자녀여서 감사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들게 사역하는 아버지를 보면 마음이 아플 때도 많다. 그 힘듦이 고스란히 제 아픔이 됐는데 하나님께서는 또 은혜로 채워주셨다”며 “힘들고 지친 PK의 삶이지만 감사함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씨의 간증에 많은 PK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야곱(24·곡성입면교회)씨 역시 동감했다. 그는 PK로 있으면서 하나님의 채워주심을 늘 경험했다고 한다. 김씨는 20세 때 처음 세미나에 참석한 뒤 군대 2년을 빼곤 매회 참석하고 있다. 무늬만 기독교인이었던 그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들린 건 세 번째 세미나에서였다.

습관처럼 설교 말씀을 멍하게 듣고 있던 그에게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성경 구절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찾은 말씀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라는 창세기 28장 15절이었다. 김씨는 이후 근심 걱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설동욱 목사는 “참가자 한 명 한 명에게 저마다의 간증이 있다. 세미나를 찾는 PK를 보면 하나님께서 이들을 만지시는 걸 보게 된다”며 “이들이 변화돼 목회자인 부모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는 16일까지 계속된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