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모(31)씨는 요즘 돈을 보낼 때 시중은행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보다 ‘간편송금 앱’을 주로 찾는다. 간편송금 앱은 송금 기능에 특화된 서비스다.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전화번호나 카카오톡 메신저 등으로 돈을 보낼 수 있다. 보안카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도 필요없다. 비밀번호나 지문 인식 절차만 거치면 된다.
황씨는 “소액을 송금할 땐 간편송금 앱인 ‘토스(TOSS)’를 쓰고, 친구들과 더치페이를 할 땐 ‘카카오페이’를 이용한다”며 “보안카드 입력이 필요한 은행 앱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간편송금 서비스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송금을 이용한 건수는 2억3633만건으로 2016년(5113만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이용 건수는 올해 말 3억9103만건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이용 금액은 11조9541억원으로 2016년(2조4413억원) 대비 4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이용 금액은 27조8682억원으로 추정된다.
간편송금 서비스는 총 38개 선불업자 가운데 7개 업체가 운영한다. 그 가운데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카카오페이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상태다. 이들의 점유율은 지난 5월 기준 97%에 달한다. 네이버(네이버페이)와 쿠콘(체크페이), NHN페이코(페이코), LG유플러스(페이나우), 핀크 등 5개 업체가 나머지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지난 5월까지 간편송금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906만5490명은 20, 30대가 80%에 육박한다. 50대 이상 이용률은 4.6% 수준이었다. 고객 성비는 남성 51.7%, 여성 48.3%로 비슷했다.
간편송금 업체의 가장 큰 과제는 수익 모델 확보다. 건당 은행 비용이 150∼450원 발생하는데 대부분 간편송금 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핀크는 송금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토스와 체크페이, 페이코, 페이나우는 특정 조건에서만 수수료를 받고 있다. 페이나우를 제외한 6개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중 72∼100%가 ‘무료 이용 고객’이다. 비바리퍼블리카와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말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송금으로 수익을 얻기보다 일단 고객을 확보한 뒤 관련된 금융서비스를 연계 제공하는 방식의 수익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간편송금 이용 건수와 금액이 늘면서 재무 건전성, 데이터 유출 등의 위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간편송금 업체의 IT 시스템과 경영지도 기준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쑥쑥 크는 간편송금 시장… 토스·카카오가 97% 장악
입력 2018-08-1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