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전국 252곳 치매안심센터 구축 및 치매안심병원 확충을 명목으로 2023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문재인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치매 국가책임제의 시작점으로 홍보됐다. 그러나 치매안심센터 설치비로 교부된 1234억원 중 실제 집행된 예산은 35억3000만원(2.9%)에 불과했다. 인건비·운영비로 책정된 184억원의 집행률도 37.2%로 저조했으며, 치매안심병원 확충 예산 604억원은 전액 이월됐다. 복지부가 국회의 추경예산안 심의 시기가 다 돼서야 수요 조사에 들어가는 등 준비 부족 상태에서 보여주기식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는 게 자유한국당의 지적이다.
한국당은 다음 주부터 열리는 2017년도 예산결산 심사에서 이 같은 예산집행 문제점을 적극 파헤치겠다고 공언했다. 당 정책위원회는 14일 ‘100대 결산 문제 사업’ 책자를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한국당은 치매안심센터·병원의 경우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법적 근거도 없이 예산부터 급조해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사업 지원 근거가 담긴 치매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5월에야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실 자료를 보면 교육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운영을 위해 예비비 15억8900만원을 배정받았으나 2억5400만원(16.0%)은 이월하고 8억5200만원(53.6%)은 사용하지 않았다. 실제 집행액은 4억8000만원(30.3%)에 그쳤는데, 이 중 4억3000만원은 사무실 마련에 쓰였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회의는 12월 단 한 차례 개최됐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2017회계연도 결산 분석’ 자료에서 “교육부는 예비비로 사업을 실시할 경우 적정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연내 집행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예산집행 지침과 달리 퇴직월 보수를 과다 지급했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직원이 퇴사할 때는 ‘5년 이상 근속, 퇴직월 15일 이상 근무’를 해야 퇴직월 보수 전액을 지급할 수 있지만 두 기관은 이 조건과 상관없이 전액을 줬다고 성 의원은 설명했다.
한국당은 신고리 5, 6호기 원전 공론화위원회 운영에 들어간 예비비 37억원도 대표적 ‘부적정 예산집행’으로 지목했다. ‘탈(脫)원전’ 공약 완수 목표에 맞춰 면피용 위원회에 혈세를 투입했다는 얘기다. 당초 예비비 46억3100만원이 배정됐지만 9억여원은 집행되지 않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예비비 배정 전 사업계획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성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방만한 운영으로 많은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된 사례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1조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을 편성하고도 집행 실정이 저조한 사업이 허다하다”며 “법 위반 사안에 대해선 책임소재를 끝까지 밝히겠다”고 경고했다.
지호일 심우삼 기자 blue51@kmib.co.kr
추경 그렇게 급하다더니…, 2000억 편성하곤 집행률 2.9%
입력 2018-08-14 18:13 수정 2018-08-14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