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딸 뽑으려 공고문에 없던 서면심사 ‘갑툭튀’

입력 2018-08-15 04:04

대전의 한 사립학교는 정규교사를 채용하면서 공고문에 1차 시험을 필기시험과 논술시험으로 한다고 명시했으나 실제 평가는 필기시험과 서면심사로 이뤄졌다. 시험 방법이 이처럼 멋대로 바뀐 가운데 이 학교 교장의 딸이 서면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합격했다.

이는 감사원이 사립학교 정규교사 채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적발된 사례 중 하나다. 사립학교도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공개 전형으로 정규교사를 선발하도록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됐지만 구체적인 기준을 임용권자가 자율적으로 정해 운용하도록 돼 있어 여전히 일부 학교가 채용에 있어 전횡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이 14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교사 합격자 결정 방법이 임의로 변경된 사례도 있었다. 인천의 한 사립학교는 교원 임용 관련 학칙에 1차 필기시험 합격자를 과목별 채용 예정인원의 5배수 이내로 선정하도록 돼 있었지만 이 학교 교감은 채용 예정인원(2명)의 10배수인 20명으로 필기시험 합격자를 늘려 19위인 A씨를 통과시켰다. A씨는 이후 수업 실기 및 면접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최종 선발됐다.

불공정한 채용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사립학교는 전형 자체를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서류전형만 거치고 시험을 실시하지 않았다. 특정인을 합격시키려고 필기시험 성적까지 조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남의 한 사립학교 이사장은 소속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던 국어과 응시자 B씨가 1차 필기시험에서 떨어지자 행정실장에게 B씨의 시험점수를 올릴 것을 지시했다. 이에 행정실장은 성적을 조작했고 필기시험을 통과한 B씨는 면접을 거쳐 선발됐다.

또 일부 학교는 특정 응시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그 응시자를 잘 아는 사람을 면접위원으로 초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교사 채용 공개 전형의 세부 시행계획을 심의하는 교원인사위원회를 장기간 운영하지 않은 학교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사립학교의 교사 채용을 위한 시험 단계와 방법 등 세부사항을 설정해 채용 과정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사립학교 정규교사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사례가 확인된 6개 교육청의 교육감에게는 추가 조사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부가 제4차 중장기 교원수급계획(2015∼2025년)을 세우면서 초등교원의 정년 외 퇴직인원을 적게 추정하거나, 휴직자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도 휴직대체 결원 보충인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등 신규 채용 규모를 적게 예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4차 수급계획 기간 동안 초등교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응시생의 규모가 1차 시험 최소 선발인원(최종 합격자의 1.5배수) 대비 연평균 1299명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