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대신 가해국인 일본의 성폭력·인권 문제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73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충남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서 올해 처음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의 외교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며 “양국 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가 전체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과 인권 문제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이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성과 교훈으로 삼을 때 비로소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 간 역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전시 여성 성폭력의 문제, 인류 보편적 여성 인권의 문제”라며 거듭 일본의 사과를 촉구했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본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위안부 합의에 서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국가 대 국가로 서명한 합의를 공식적으로 무효화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한·일 양국 간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합의를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신 일본의 자발적 사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용서로 이어지는 비외교적 해법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발언엔 일본에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되 양국 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겠다는 투트랙 기조도 반영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당시 위안부 합의 등 과거 정부의 어긋난 한·일 관계를 재정립하는 한편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목표”라며 “위안부 기림의 날 행사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것 자체가 일본을 자극할 수 있지만 피해자 중심 행보로 잘못된 것은 바꿔야 한다는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행사가 열린 이날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이다. 2012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이날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한 이래 민간에서 다양한 기념 활동을 펼쳐 왔다. 정부는 이런 뜻을 이어받아 올해부터 8월 14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국립망향의동산은 위안부 피해자 49명이 안장된 곳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내년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북한과 공동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우리는 지금까지 안 의사의 유해조차 찾지 못했다”며 “북한과 공동 사업으로 안 의사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문 대통령 “위안부 문제 외교 해법 불가능” 천명, 일의 반성만이 해법
입력 2018-08-14 17:46 수정 2018-08-14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