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14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크게 3가지 이유를 들었다.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런데도 피해자가 적극 저항하지 않았으며,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먼저 법원은 위력이 존재했지만 안 전 지사가 이 위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된 유력 정치인”이라면서도 “증거조사 결과를 봤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나 기타 직원의 자유의사를 억압해 왔다고 볼 만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피고인 측 증인들은 “안 전 지사는 민주적인 편이었다” “아랫사람들에게도 ‘하세’ ‘하게’ 등 높임말을 썼다” 등의 증언을 했다.
법원은 특히 첫 간음행위가 있었던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지에서의 정황을 중요하게 봤다. 고소인 김지은(33)씨는 당시 안 전 지사가 자신을 방으로 불러 포옹하고 “외롭다. 나를 안아 달라”고 말한 뒤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포옹을 하고, 언어적으로 외롭다고 말했다는 것”이라며 “이 부분을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위력을 폭넓게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위력이 있었다는 걸 검사가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 재판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위력 행사가 없어 피해자가 충분히 저항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고 봤다. 김씨는 두 번째 피해 당시 안 전 지사에게 “씻고 오라”는 말을 듣고 그의 객실에 갔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가) 과거 간음 상황 등에 비추어 그 의미를 넉넉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별다른 반문이나 저항 없이 이에 응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후 지난 2월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이뤄진 간음도 같은 맥락에서 유죄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로서 적어도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가 미투 운동의 사회적 가치에 반한다고 언급하거나, 오피스텔 문을 열고 나가는 등으로 최소한의 회피와 저항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그런 언행이 없었다”고 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과 태도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인과의 상시적인 대화에서도 지속적으로 피고인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지난 2월 이후 일부 텔레그램 대화를 삭제한 데 대해서도 “(이 시기에 피해자는) 고소 등 준비에 들어갔다”며 의문을 표했다. 그밖에 피해자가 객실을 바꿔가며 피고인 숙소에 방을 잡은 점, 피고인 객실에 들어가지 말라는 전임 수행비서의 조언을 듣지 않은 점, 피해자 진술과 통화내역이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 주장에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이재연 이가현 기자
jaylee@kmib.co.kr
“위력으로 보기 어렵고, 저항 안했고, 진술 신빙성 부족”
입력 2018-08-15 04:04 수정 2018-08-15 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