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 마을 입구에는 ‘독립군 나무’로 불리는 느티나무(사진)가 있다. 수령 350여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둘레 10m, 높이 20m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원래 따로 떨어진 2그루의 나무지만, 밑동이 맞붙어 자라면서 얼핏 보면 1그루로 착각하게 된다.
영동군 보호수 제42호로 지정된 이 나무에 남다른 이름이 붙여진 것은 1910년 3·1만세운동 당시 주민들이 이 나무 위에 올라 일본 경찰의 동태를 살핀 데서 유래됐다. 경찰이 나타나면 나뭇가지에 흰 헝겊을 매달았고 멀리서 이를 본 사람이 주변에 상황을 전파하는 신호기 역할을 했다. 이후 독립군도 같은 방식으로 암호를 주고받으면서 안전한 이동경로를 찾거나 몸을 피하는데 이 나무를 이용했다.
이 마을은 오래 전 한양과 전라도를 잇는 길목이었고 조선시대 말까지 국가의 명령이나 공문서를 전달하는 역참도 있었다. ‘독립군 나무’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장엄함과 위풍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마을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영동군은 올해 지역의 상징물로 보존가치를 높이고 관광객과 주민 쉼터 역할을 하도록 2000여만원을 들여 이 나무 주변을 새롭게 정비했다. 군 관계자는 “독립군 나무에는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한 독립투사와 마을 주민의 애국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조국 광복의 감동을 전하고 주민의 쉼터와 사랑방 역할을 하도록 관리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동=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영동군 ‘독립군 나무’를 아시나요?
입력 2018-08-14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