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늑장 고발, 검찰은 솜방망이… 전속고발권 갈등 결국 밥그릇싸움?

입력 2018-08-14 04:03

‘전속고발권 다툼’을 벌이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이 정작 사건 처리나 위법행위 기업 처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가 검찰에 보낸 사건 10건 중 2건은 공소시효가 임박해 고발이 이뤄졌다. 검찰에 충분한 조사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검찰도 할 말은 없다.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은 검찰이 처리한 사건 10건 중 3건에 불과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등 불공정행위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요청’(고발)을 해야만 검찰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제도다. 전속고발권의 존속과 폐지를 놓고 공정위와 검찰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내 예정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때 불공정거래행위 혐의가 위중해 고발된 기업과 임직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3일 공정위가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2014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전속고발권을 활용해 검찰에 고발요청한 276건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소시효를 6개월(180일) 이하로 남겨놓고 고발한 사건이 64건(23.2%)에 이른다. 이 수치만 보면 공정위가 고발해도 조사할 시간이 없어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 측 불만이 설득력을 갖는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면 고발 이전에라도 검찰과 정보를 공유해 불공정행위 기업과 임직원을 처벌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공정위는 그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충분히 남은 사건이라고 해서 검찰이 조사를 제대로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검찰이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을 제외한 공정위 고발 사건 238건 가운데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은 65건(27.3%)에 불과했다. 특히 검찰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은 사건 가운데 대기업 사건이 다수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2016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 이재환씨가 보유한 광고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CJ CGV에 7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CJ CGV를 약식기소했고, 법원에서 1억5000만원의 벌금형이 나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약식기소는 벌금형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수십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법인을 고발한 것치고는 처벌이 약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공정위는 2013년 한화의 화약 담합 사건에 과징금 509억원을 매기면서 법인과 임직원을 고발했다. 이 사건도 최종적으로 벌금형에 그쳤다.

전속고발권을 통해 검찰에 고발된 사건 중 집행유예를 포함해 징역형을 받은 사건은 10건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132건, 55.5%)은 약식기소로 벌금형에 그쳤다. 고발된 불공정행위 관련 기업과 임직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한 셈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나 검찰이 ‘밥그릇싸움’에만 골몰하느라 정작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기업과 임직원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선동 의원은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시점에 불공정행위자에 대한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연내 예정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서 전속고발권의 주도권을 어느 쪽에 줄지를 정하기보다 공정위와 검찰이 협력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고발 사안을 엄정 처리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정현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