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민 상담 함께 나눠요” 목회자들 SNS 통해 라이브 방송

입력 2018-08-14 00:00 수정 2018-08-14 15:22
밥 사주는 목사들이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 이승현 목사, 황금중 전도사, 김디모데 목사. 오른쪽 끝이 의뢰인 김반석씨다.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한 골목에서 네 명의 남자가 치킨가게 문 앞을 서성였다. 그중 한 명이 셀카봉을 꺼내 스마트폰과 연결하자 페이스북에서 ‘밥 사주는 목사들 2화 1부 LIVE’라는 알람이 울렸다. 순식간에 20여명이 방송에 접속하면서 엄지손가락 아이콘이 우수수 떠올랐다.

이들은 ‘밥 사주는 목사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역자들이다. 매달 두 번 직접 성도를 찾아 밥을 대접하며 그들의 신앙적 고민을 듣는다. 보험설계사, 생수대리점 영업자, 개척 4개월 된 목회자 등 하는 일도, 소속 교단도 다른 사역자 5명이 뭉쳤다. ‘일하는크리스챤네트워크’ 대표 황금중(예장합동) 손영상(예장백석) 전도사, 강훈(기침) 이승현(예장통합) 김디모데(기하성) 목사다. 이들은 성도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고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이용해 기독 네티즌과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자는 취지에서 모였다.

온라인으로 방송을 두 번 했을 뿐이지만 반응은 뜨겁다. 방송을 보려고 1100여명이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했다. 이들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며 성도들과 식사를 한 뒤 인증샷을 찍어 그룹에 공유하는 목회자도 있다.

이날의 게스트는 사회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반석(29)씨. 김씨는 “학교 근처 치킨가게에서 기독 동아리 회원들과 신앙 고민을 나누곤 했다”며 “목사님들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치킨을 먹고 싶다고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고민을 쏟아냈다. 김씨는 “교회에서는 청년을 ‘다음세대’라며 중요하다고 치켜세우지만 정작 교회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배제한다”며 “신앙 앞에서 누구나 동등한 발언권을 가졌던 초대교회 모습과 다른 것 같아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다.

사역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 목사는 “기혼자 중심의 장년부엔 40∼50대가 많아서 결혼한 20∼30대를 청년부에 머물게 하는 교회도 있다”며 “교회가 청장년 세대 간 소통 문제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진행한 2부에선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갔다. 김씨는 “주변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은데 ‘교회가 내 삶의 어떤 문제를 다뤄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힌 적이 있다”며 “교회가 청년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답을 어떻게 제시할 수 있을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양한 사회문제 앞에서 교회가 복음적 세계관을 통해 ‘예수만이 길이고 진리’라는 주장을 정교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김씨의 고민이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의 사상을 공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엘렌 오토 마샬의 저서 ‘광장에 선 그리스도인’을 권하기도 했다. 방송은 오후 10시30분 넘어 끝났다. 황 전도사는 “삶의 자리를 맞대고 있는 성도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사역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반 성도 외에 세월호 유가족 등 소외된 이들과 만나면서 교회의 역할을 고민할 계획이다.

글·사진=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