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들이 13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회동을 마친 뒤 “국회 특수활동비를 완전히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 폐지하기로 합의한 특활비는 62억원 규모의 국회 특활비 전체 가운데 원내교섭단체 몫인 20억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30% 수준의 국회 특활비 폐지를 두고 ‘완전 폐지’ 등의 표현을 사용해 과잉 홍보라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합의에 대해 “국회 특활비는 원내교섭단체, 의장단, 상임위원장 몫으로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며 “이 가운데 원내교섭단체 부분만 폐지하기로 합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몫의 특활비 부분은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봐야 한다”며 “(오늘 발표 내용을) 상임위원장이나 의장단에도 특활비를 안 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잘못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오는 16일 국회 차원의 특활비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는데, 나머지 분야의 특활비 폐지 여부는 그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국회는 여야 원내대표가 받는 특활비뿐만 아니라 의장단, 상임위원장, 국회 사무처 몫까지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특활비까지 교섭단체 대표들이 없애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그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나머지 특활비는 원내대표들이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모두 ‘완전 폐지’라는 표현을 썼다. 특활비 폐지에 동의하지 않아 거센 비판을 받던 두 원내대표가 여론을 의식해 과장해서 알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가 특활비를 폐지하는 대신 업무추진비를 증액시키는 등 ‘꼼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회가 20대 전반기 특활비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데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여론에 떠밀려 특활비 폐지 입장을 정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여야의 특활비 폐지 합의에 대해 “그러나 최종 결론이 나와야 하고, 특히 업무추진비를 증액하겠다는 양당의 주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여야 원내대표들도 ‘폐지 합의’ 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의 인식과 태도도 문제다. 홍 원내대표는 특활비 폐지 합의를 발표한 뒤 페이스북에 “(특활비) 폐지에 반대한다는 시선은 분명한 오해”라고 적었다. 지난 8일 특활비 폐지 대신 양성화 방침을 세운 뒤 거센 비판이 제기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또 회동 모두발언에서는 특활비 폐지를 언급하며 “아직도 국민들이 국회에 대해 불신하고, 일하지 않는 국회로 인식하는 데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활비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언급으로 해석된다.
김판 김성훈 기자 pan@kmib.co.kr
여론압박에 결국 합의했지만… 특활비 62억 중 20억만 폐지
입력 2018-08-13 18:03 수정 2018-08-13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