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차 남북정상회담선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 나와야

입력 2018-08-14 04:04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두 달이 지났다. 만남은 역사적이었지만 뒤따라야 할 행동은 지지부진하다. 추가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핵과 미사일 시험장을 폐쇄하고 미군 유해를 송환한 북한은 연일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한 미국은 아직 종전선언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대북 제재의 끈을 다잡는 모양새다. 엇갈림은 종전선언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비롯됐다. 북한은 이를 동시적 단계적 비핵화의 첫걸음으로 간주하지만 미국은 비핵화가 진전됐을 때 꺼내들 보상 카드로 여긴다.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은 간극을 앞에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만나게 됐다. 남북은 13일 고위급 회담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1차 회담 때 약속한 대로 문 대통령이 다음 달 평양에 간다. 가을에 가기로 했었는데 이른 가을로 정해졌다. 양측이 서둘러 만나야겠다고 판단한 건 북·미 교착 국면 때문일 테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종전선언을 놓고 엇갈려 있는 북한과 미국의 접점을 찾아 비핵화 프로세스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목표가 비핵화란 사실이다. 종전선언은 그것을 위한 과정이며 주객이 전도돼선 곤란하다. 3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주장할 것이다. 선언문 3조 3항과 4항은 각각 종전선언과 비핵화를 다뤘다. 3항이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한다’며 시한까지 못 박은 반면 4항은 두루뭉술하게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돼 있다. 북·미 간극도 판문점 선언 3항, 4항의 차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은 선언문에 명시된 종전선언을 원하고 미국은 선언문처럼 비핵화를 체감하기 어려워 이를 꺼린다.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비핵화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화해 3항과 4항의 비대칭을 해소해야 북·미 협상의 접점이 마련될 수 있다. 속도감 있는 비핵화 시간표 설정, 검증을 위한 핵시설 리스트 작성 등 진전시킬 방법은 많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이런 조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좋은 조짐과 불길한 징조가 엇갈리고 있다. 미 국무부는 “북·미 협상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탄력이 붙었다”며 낙관적 목소리를 냈다. 남북은 9월 평양회담에 합의하고도 구체적 날짜까지 발표하지는 못했다. 남북 정상의 세 번째 만남은 지난 두 차례보다 쉽지 않은 회담이 되겠지만 북한이 진정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정부 일각에선 평양회담 후 유엔총회에 두 정상이 함께 참석하는 시나리오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실현된다면 좋은 일일 텐데 그것 역시 비핵화 목표를 위한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