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무너진 ‘보수의 아성(牙城)’ 부산을 찾았다. 현장 목소리를 통해 6·13 지방선거 패인을 진단하고 부산·울산·경남(PK) 민심 동향 및 한국당 혁신 방향 등을 청취했다. 지방선거 낙선자들은 “중앙당의 실패가 선거의 실패였다”고 쓴소리를 했고, 지도부는 밑동부터의 혁신을 약속했다.
한국당은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에서 비대위 지방 경청회를 개최했다. 취임 후 처음 부산을 방문한 김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 김용태 사무총장, 홍철호 비서실장, 윤영석 수석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과 서병수 전 부산시장 등 지방선거에 나섰던 지역 정치인 20여명이 함께했다.
한국당은 지난 선거에서 30년 가까이 텃밭이던 PK 지역에서 몰락했다. 3개 광역단체장 자리를 모두 빼앗겼고, 39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12곳만 겨우 건졌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 7월30일~8월3일 실시한 8월 1주차 여론조사(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PK에서의 한국당 지지도는 21.1%로 더불어민주당(45.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날 한국당 지도부의 부산행은 ‘PK 반등’ 모색 차원으로도 읽힌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당이 잘못하고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욕하실 것도 있을 텐데 가감 없이 말씀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사무총장은 “한국당의 심장이자 혈맥인 부산에서 너무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며 “출마자들이 보고 듣고, 몸으로 느꼈던 아픈 얘기들을 해주면 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밑거름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이헌승 부산시당위원장은 “선거 참패는 후보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고 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표로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칠우 전 부산시의원은 “(비대위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러 온 것인데, 그 외양간이 잘 고쳐져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경청회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가 이끌던 중앙당의 전략 부재와 전략 실패를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세 때 명함을 나눠줬더니 바로 길바닥에 버리더라”, “선거 전 중앙당에서 제공한 여론조사도 실제와 많이 달랐다”, “가뜩이나 불리한 상황에서 당대표는 막말 논란을 일으키고 중앙당은 국민이 원하는 얘기를 짚지 못했다” 등 선거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불만이 쏟아졌다. 인적 청산과 수구보수 노선 탈피 등의 주문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경청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중앙당이 잘못한 것들, 예를 들면 선거 전략이 부실했다거나 중앙당의 내분이 지역 선거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거나, 부적절한 언행들이 있었다는 등의 따가운 이야기들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인적 청산이 없으면 결국 중앙당의 이미지 회복도 어려울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면서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라고 설명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PK 패싱’ 논란과 관련해서는 “PK 패싱도 없고, 강원도 패싱도 없다”고 일축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중앙당의 실패가 지방선거의 실패였다”
입력 2018-08-13 04:01 수정 2018-08-16 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