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첫 태양 탐사선이 12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발사돼 7년에 걸친 여정을 시작했다. 탐사선은 태양 표면에서 600만㎞ 떨어진 곳까지 접근해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인공물로 역사에 남을 전망이다. 탐사선은 태양 대기권 안쪽까지 직접 들어가 코로나와 태양풍 등 태양이 유발하는 각종 우주기상 현상의 수수께끼를 규명할 예정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이날 오전 3시31분(한국시간 오후 4시31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태양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PSP)’를 탑재한 델타Ⅳ 헤비 로켓을 쏘아 올렸다.
탐사선은 당초 11일 오전 3시48분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발사 1분55초 전 헬륨가스 압력 경보가 울리면서 24시간 연기됐다. 탐사선은 발사 4분여 만에 1단 로켓과 페이로드 페어링(원뿔 모양 보호덮개)을 분리했다. 이어 2단 로켓과 3단 로켓까지 차례로 분리한 뒤 태양전지판을 펼치고 자체 동력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나사는 이번 탐사의 목적이 ‘태양과의 접촉(touch the sun)’이라고 설명했다. 탐사선은 태양 대기권의 가장 바깥쪽 부분인 코로나 안으로 들어가 코로나가 태양 표면보다 수천배 뜨거운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낼 예정이다. 태양 표면은 평균 온도가 섭씨 5000도에 불과한 반면 코로나는 100만∼300만도에 달한다. 이는 열이 차가운 곳에서 뜨거운 곳으로 전해질 수 없다는 ‘열역학 제2법칙’에 어긋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과학 지식으로는 이런 온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탐사선은 또 통신 시스템과 항법장치, 전기설비, 인공위성 등 장비들을 먹통으로 만드는 태양풍의 원인도 규명한다.
태양 탐사 임무는 총 6년11개월 동안 진행된다. 소형 승용차 크기의 탐사선은 이 기간 동안 태양 궤도를 24번 돌며 태양 쪽으로 서서히 다가갈 예정이다.
탐사선은 오는 11월 태양에서 2400만㎞ 떨어진 궤도에 처음 진입한 뒤 2025년 6월쯤 616만㎞까지 접근한다. 1976년 헬리오스 2호가 세운 기록(4300만㎞)보다 7배나 가까운 거리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미식축구장 양측 골라인 거리인 100야드(약 91.44m)에 비유할 경우 탐사선은 태양이라는 골문으로부터 4야드(약 3.66m) 떨어진 곳까지 진출하는 셈이라고 NASA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아울러 탐사선은 금성의 인력을 활용해 속력을 높이는 ‘플라이바이’ 비행을 7차례 실시해 시속 69만㎞까지 가속한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단 1초 만에 갈 수 있는 속도로, 탐사선은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물체로도 역사에 남게 된다.
탐사선은 태양이 뿜어내는 열을 견뎌내기 위해 두께 11.5㎝, 지름 2.4m의 열보호시스템(TPS·방열판)을 장착했다. 두 탄소판 사이에 탄소복합재를 샌드위치처럼 끼워 넣은 경량 단열재로, 바깥쪽에는 흰색 세라믹 페인트를 칠해 열을 반사토록 했다. 이를 통해 탐사선은 용암보다 뜨거운 1400도에서도 내부 온도를 30도 안팎으로 유지할 수 있다.
코로나 온도는 수백만 도에 달하지만 선체에 직접 가해지는 열은 그보다는 훨씬 적다고 나사 측은 설명했다.
탐사선 이름은 60년 전인 1958년 태양풍의 존재를 처음 규명한 우주 물리학자 유진 파커(91) 박사에게서 따왔다. 나사의 우주 탐사선에 생존 인물의 이름을 붙인 것은 처음이다. 유진 박사는 케이프커내버럴을 직접 찾아 탐사선 발사를 지켜봤다. 탐사선에는 유진 박사가 쓴 13쪽 분량의 태양풍 관련 논문 파일과 태양 탐사 성공을 기원하는 113만7202명의 이름을 담은 메모리 카드도 실려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태양 표면 616만㎞까지 접근… 코로나 비밀 푼다
입력 2018-08-12 19:01 수정 2018-08-12 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