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를 끝내자(END WHITE SUPREMACY).”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11일(현지시간) 샬러츠빌 사태 1주년을 맞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 수백명은 각각 백인우월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1000명 넘게 배치된 경찰들은 샬러츠빌 시내 입구에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고 검문을 강화했다. 버지니아 주지사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11일과 12일 이틀간 샬러츠빌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년 전 샬러츠빌에선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시위가 발생해 무고한 시민 1명이 숨졌다. 남북전쟁 때 남부연합군을 이끈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에 항의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6000명 넘게 몰리자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집단이 맞불을 놓으면서 폭력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당시 나치 신봉자인 것으로 알려진 알렉스 필즈 주니어(20)가 샬러츠빌 도심에서 차를 몰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30대 여성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이날 샬러츠빌 도심에선 “당신은 헛되이 목숨을 잃은 게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히는 등 숨진 여성을 추모하는 분위기도 더해졌다.
올해도 백인우월주의 집회와 인종차별 반대 집회가 워싱턴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 극우집회를 이끌었던 제이슨 케슬러는 12일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스퀘어에서 최대 400여명의 백인우월주의자들과 함께 ‘백인 시민권 운동’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샬러츠빌에서도 집회를 열기로 했으나 당국에 의해 거부됐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인종차별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들이 지난해와 달리 샬러츠빌에서 과잉 진압을 하고 있다며 “경찰과 KKK(극단적 백인우월주의단체)가 손을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워싱턴에서도 집회를 열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위터에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주의와 폭력적 행동을 비난한다”고 적었다. 이어 “샬러츠빌 폭동은 무자비한 죽음과 분열로 이어졌다”며 “우리는 한 국가로서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1년 전 그는 샬러츠빌 사태를 두고 백인우월주의자뿐 아니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에 휘말렸었다.
하지만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출신의 백악관 전 참모인 오마로자 매니골트에게 “하류 인생”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샬러츠빌 사태 1년… 美 인종충돌 초긴장
입력 2018-08-12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