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EBS 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포스터)가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2004년 시작돼 올해로 15회를 맞는 EIDF는 다양한 작품들을 안방에서 TV로 즐기거나 지정된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방식의 영화제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라는 구호를 내세운 이번 EIDF가 선보이는 33개국 72편의 다큐멘터리는 여성, 난민, 고령화 문제 등 세계적인 사회 이슈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개막작은 영국 감독 로나 터커의 ‘비비안 웨스트우드: 펑크, 아이콘, 액티비스트’가 뽑혔다. 독창적인 스타일로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유리 천장을 깨고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이자 시대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웨스트우드의 운동가적 면모와 예술성을 들여다본다.
눈길을 끄는 작품들도 많다. ‘제인’(감독 브렛 모겐)은 저명한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초기 답사 모습과 탄자니아에서의 연구 과정을 기록하고 그녀의 작업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아말’(감독 모하메드 시암)은 엄격한 가부장제의 벽을 깨닫고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해 나가는 이집트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라크 모술에서 칼과 가위로 지뢰를 제거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여덟 자녀의 아버지 파크히르의 삶을 그린 ‘지뢰제거반’(감독 호기르 히로리, 신와르 카말) 등 70여편의 작품에는 현시대를 아우르는 통찰력 있는 목소리가 담겨있다.
이번 영화제는 한국 다큐멘터리의 경향을 볼 수 있는 ‘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 세계 다큐멘터리의 흐름을 담은 ‘월드 쇼케이스’ 등 11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페미니즘 이슈 부상에 맞춰 차별에 맞서는 여성들을 다룬 작품들을 한데 모아 ‘허스토리: 세상과 맞서다’ 섹션도 신설했다. 특히 국제경쟁부문 섹션인 ‘페스티벌 초이스’에는 2017년 이후의 최신작 11편이 자웅을 겨룬다.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의 소년, 아르헨티나의 군인 등 개인의 삶을 포착한 11개의 이야기는 어느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의식까지 나아간다. 카르템퀸 필름의 창립자인 고든 퀸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맡는다.
음악 공연이 어우러진 사전 기념행사 ‘쿨 서머 나이트’는 18일 경기도 고양시 EBS 본사 스페이스홀에서 열린다. 다큐멘터리 상영작은 영화제 기간 동안 EBS 스페이스홀과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점,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 등에서 관람 가능하다. 채널 EBS 1TV나 다큐멘터리 전용 VOD 서비스인 D-BOX를 통해서도 즐길 수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BS 국제다큐영화제, 여성·난민·고령화 문제 등 세계적 사회 이슈 정면으로 다뤄
입력 2018-08-13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