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한반도 주변 바다가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덥혀진 바다의 ‘윗물’과 차가운 ‘아랫물’을 뒤섞어줄 태풍이 마땅히 없었던 탓이다. 한반도에 근접하고 있는 14호 태풍 ‘야기’도 소규모여서 바닷물을 식히거나 육지의 무더위를 꺾어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기상청은 한반도 전 해역의 7월 평균수온이 2010년 이후 올해까지 연 0.34도씩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해양관측장비인 ‘해양기상부이’ 17개의 측정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1997∼2018년에는 연평균 0.14도씩 수온이 상승했다. 2010년 이후 수온 상승이 더 가파르다는 얘기다.
특히 2010년 이후 서해 7월 평균수온은 연 0.54도씩 올랐다. 1997∼2018년의 평균 상승폭 0.17도보다 훨씬 높다. 2010년 이후 남해와 동해는 해마다 각각 0.30도와 0.21도 수온이 올랐다.
기상청은 바다가 계속 달아오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닷물을 솎아줄 태풍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간 폭염으로 대기 온도가 오르고 일사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어획량이 줄고 양식장 어류 집단 폐사 등 피해가 늘 수 있다.
8일 발생해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해상에서 북상 중인 태풍 야기도 바닷물을 식혀주기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야기가 제주도 서귀포를 거쳐 서해 백령도 인근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기는 일본이 제출한 이름으로 염소(山羊)를 뜻한다. 일본은 별자리 이름을 태풍 이름으로 제출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약한 소형 태풍인 야기가 중대형으로 발달할 확률이 낮아 강한 강도로 바닷물을 뒤섞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기가 육상의 더위를 식힐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야기는 한반도 근처로 오기 전 세력이 약해져 소멸해 버릴 수 있다. 혹은 산둥반도를 통과해 계속 북상하거나 북한 북부 지역을 통과하면서 한반도에 비구름대가 형성되는 시나리오도 제시된다. 이마저도 일부 지역에만 비가 내릴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야기가 북한으로 이동하면서 남서풍과 남풍을 일으켜 한반도에 더운 바람을 끌고 오면 기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기가 더위를 식히는 ‘효자 태풍’일지 강풍 피해만 일으키는 ‘불효자 태풍’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8일까지 올해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3.9일로 기록됐다. 폭염일수가 24.2일이었던 94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폭염에 바다도 펄펄… 더 빨리 뜨거워진다
입력 2018-08-1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