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가 청와대에 항명”, 대통령 말도 안 듣고, 자료도 안내놓고

입력 2018-08-10 04:03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지난 2016년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기획재정부가 청와대에 항명한다는 취지의 청와대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여서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박 전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청와대와 정부 내 갈등설이 있다. 그 한 당사자를 얼마 전 짧게 조우할 기회가 있었다”고 썼다. 이어 그 사람으로부터 “(기재부가)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 “조직적 저항에 들어간 것 같다” “말을 할 수 없는 위치라 답답하다”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 전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기재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반기를 들고 청와대가 요구하는 자료도 내놓지 않은 채 조직적인 저항을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박 전 의원은 “더러 행간이 보였던 갈등설이 꽤 심각한 상태까지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균형추가 기운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적었다. 박 전 의원은 통화에서 “내 문제의식은 문재인정부의 개혁이 성과를 거두길 바라지만 가장 큰 위협과 걸림돌이 관료 기득권 체제라는 것”이라며 “그런 우려가 있어서 약 2주 전 들은 얘기를 꺼냈다”고 밝혔다. 다만 “누구와 누구 간의 암투, 갈등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발언 당사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 전 의원은 고 노회찬 의원 빈소에서 청와대 관계자들과 조우했다. 발언의 주인공은 장 실장으로 추정된다. 박 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나 혼자만 들은 것도 아니고, 얻어들은 게 아니라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참여연대 창립발기인으로 참여해 협동사무처장을 지냈다. 19대 국회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장 실장 역시 참여연대 출신으로 두 사람의 정책지향점이 비슷하다.

장 실장이 실제 이런 발언을 했다면 기재부와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됐음을 뜻한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는 그동안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 추진 과정을 두고 갈등을 겪어 왔다. 청와대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부처 장악력 강화에 나선 게 이 같은 관료조직의 반발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발언 당사자가 장 실장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장 실장에게 직접 확인했다. 장 실장이 그런 발언을 한 적도 없고, 박 전 의원과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18일 장 실장과 김 부총리가 정례회동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정책적 관점 차이를 직접 만나 해소하고 이견을 좁히자는 취지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기재부가 제도적인 해법 마련에 나선 상황에서 해당 발언은 그렇게 심각한 게 아니라 사적인 불만 토로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강준구 임성수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