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해운대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부산지방경찰청의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이 “‘몰카’ 범죄를 희화화했다”는 비난이 일자 중단됐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논란과 맞물려 온라인에선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부산경찰은 지난 2일 페이스북으로 “해운대에 숨어있는 불법촬영 범죄자를 찾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경품을 준다”는 내용의 홍보 포스터를 공개했다. 해운대 5곳에 설치한 ‘불법촬영 범죄자’ 입간판을 찍어 ‘불법촬영 아웃(OUT)’ 등의 해시태그를 덧붙이는 캠페인성 이벤트다. 입간판은 지난 3일에 이어 10일 한 차례 더 설치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내세운 ‘범죄자’ 이미지가 문제가 됐다.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있긴 하지만 영락없는 어린아이 복장이었다. 노란색 티셔츠와 파란색 반바지, 멜빵을 착용했고 볼에는 홍조를 더했다. 해당 이벤트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난 8일 “몰카 범죄를 장난처럼 여긴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한 네티즌은 “범죄자를 철없는 아이처럼 그려 불법촬영을 놀이로 변질시켰다”며 “불법촬영은 피해자를 죽음까지 몰고 가는 악질 범죄인데 ‘범죄자 인증샷’ 이벤트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결국 부산경찰은 홍보 게시물을 내리고 9일 오전 “당초 캠페인 취지와 달리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어 캠페인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캠페인 논란은 경찰 수사에 대한 여성들의 반감에 기름을 붓는 역효과도 냈다. 전날 부산경찰 사이버수사대가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의 운영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선 불법촬영 편파수사 주장이 다시 불붙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오히려 불법촬영을 가볍게 여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그동안 이런 문제에 얼마나 둔감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한국의 불법촬영은 거대한 암시장이 형성된 비즈니스”라며 “이 정도의 일반 계도 교육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본청 사이버안전국에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을 신설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음란물사이트나 웹하드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워마드 편파수사 논란에 대해 “올해 일간베스트(일베) 관련 69건의 사건이 접수됐고, 53건을 검거했다. 경찰은 문제가 되는 게시물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해 왔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같은 날 “불법촬영 등 여성대상 범죄에 대해 그 누구든 엄정하게 사법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귀여운 몰카범?… 부산경찰 캠페인 ‘범죄 희화화’ 뭇매
입력 2018-08-10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