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섭(72) 전 MBC 아나운서 국장은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과 함께 2002년 월드컵을 중계한 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성경 읽어주는 아나운서로 기억되기를 더 원했다. 성경을 바른 우리말로 쉽게 읽어주기 위해 여념이 없는 최 전 아나운서를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만났다.
“하나님 주신 목소리라는 달란트를 하나님을 위해 쓸 뿐입니다.”
2004년 은퇴 후 하나님 은혜에 보답할 일을 고민했던 그는 2010년부터 성경을 녹음해 무료로 나누는 일을 시작했다. 인터넷 팟캐스트 사이트에서 ‘최창섭 아나운서의 성경 일독’을 검색하면 쉽게 그의 목소리로 녹음된 성경을 접할 수 있다. 성경 전체 녹음을 CD 네 장에 담아 시각장애인과 병상의 어르신 등 1100명에게도 전했다.
최 전 아나운서가 최근 몰두하는 일은 표준 우리말 성경 교재를 만드는 일이다. 성경 녹음 작업을 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많았다. 한 문장에 포함된 단어 수도 많았고 문어체여서 난해했던 까닭이었다. 인명과 지명이 많아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전 녹음 작업도 되도록 쉽게 풀어 읽으려 노력했지만 스케줄에 쫓겼기에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기에 2011년 5월부터 성경을 쉬운 우리말로 정리했고 최근 원고를 완성했다.
가장 좋은 중계방송은 눈을 감고 들을 때 현장에서 보듯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그림이 그려지는 복된 말씀’을 목표로 성경을 정리했다. 상황이 변할 때 배경을 설명했으며 동명이인은 구별했고 중요한 지명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냈다. 한 문장의 단어는 23단어를 넘지 않도록 했다. 이전 녹음 작업은 녹음 파일만 있었다면 이번에는 책부터 만든다고 했다.
최 전 아나운서의 서재에는 성경과 관련된 서적으로 가득했다. 7년 넘게 성경 정리 작업을 위해 모아놓은 책들이 돋보였다. 암송할 말씀 650절을 영어로 뽑아 수첩으로 제작해 외우고도 있다. 말씀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다. 최 전 아나운서는 “이 나이에 하나님 말씀을 정리하고 암송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평안북도 구성이 고향인 그는 어머니 등에 업혀 월남해 인천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가난한 어린 시절 과자를 준다는 말에 따라간 교회에서 시작된 신앙생활이었다. 그때부터 불평보단 체념하는 일이 빨랐다고 한다. 무언가 실패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을 예비해놓으셨을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탈북크리스천청년연합회 지도 장로로 사역하면서도 청년들에게 이 점을 권면했다.
수차례 성경을 읽었을 그에게 가슴에 담고 있는 성경 구절을 하나를 꼽아달라 묻자 돌아온 답은 이것이었다.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마 7:9∼10)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목소리는 하나님 주신 달란트… 성경 읽어드립니다”
입력 2018-08-1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