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 후분양제를 실시하는 민간건설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후분양제 확산에 본격 나서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약을 통해 사업 시행 전 자금을 조달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일정 공정률 이상 건축을 진행해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는 후분양제에서는 건설사의 ‘자금 조달력’이 핵심 요건으로 사업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8일 발표한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 수정계획’에서 후분양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후속조치로 건축 공정률이 60%에 도달한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민간건설사에 공동주택 용지를 우선 공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부실시공을 방지하고 분양권 전매 등 투기를 방지할 수 있는 후분양제를 시장에 정착시켜 나가겠다는 게 정책 목표다.
다만 후분양제의 득실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목돈 마련에 대한 소비자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건설사의 자금 부담과 그에 따른 분양가 상승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현금 보유에서 앞서는 대형건설사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업 시행 단계에서부터 밀려날 것”이라며 대형건설사의 시장독점 가속화를 우려했다.
정부는 공공사업 우대 이외에도 주택도시기금 대출 이자와 한도, 분양보증 요건 완화 등 다양한 후분양제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소 업체들은 (후분양에 따른)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있어서 낮은 단계부터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중소형사의 자금조달 보완책으로 맞춤형 PF 대출의 중요성도 대두될 전망이다. 다만 PF는 향후 현금 흐름 등 사업 장래성을 보고 투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다. 최근 부실 PF 대출에 대한 업계와 금융권의 우려가 고조되면서 정교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증권사의 우발채무(채무보증) 규모는 30조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는데 이 중 부동산 PF는 전체의 약 66%인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2P 금융업체 대출 부실률이 6%가 넘는데 부동산 PF 대출 부실률은 2배인 12%를 웃돌고 있다.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릴 경우 부실 PF 대출로 인해 ‘제2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실제로 과도한 부동산 PF 대출 및 그에 따른 리스크로 사업 진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자금난 등으로 사업진척이 10년 넘게 표류 중인 서울 서초구 헌인도시개발은 최근 10개 금융기관(대주단)이 보유한 PF 대출 채권 2170억원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부실 채권 떠넘기기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도 고양시 식사2구역 개발사업도 개발 전문기업 디에스디삼호가 자본금의 수백배, 토지 감정가의 수배에 달하는 2000억원대 PF 대출을 받아 사업의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심 교수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택지의 경우 자칫 PF 대출에도 불구하고 사업 자체가 날아가는 상황이 발생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안전장치 마련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아파트 후분양제 우대한다지만… 부실 PF 대출 위험성↑
입력 2018-08-09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