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뒤덮고 있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매년 3%를 밑돌던 실업률이 5%대까지 치솟았다. 경제성장률은 3% 밑으로 뚝 떨어졌다. 위축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호황을 구가하던 수출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출이 줄어든 대기업은 하도급을 줄였고, 이는 중소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여기에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고령화 현상이 악재로 등장했다. 유럽에 비해 복지 수준이 낮다보니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재정을 투입하기에 급급했다. 이런 복합적 요인이 방아쇠를 당기면서 포화 상태였던 자영업자는 끊임없이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의 현재 모습은 그때의 일본과 무서울 정도로 닮았다. 지난 6월 실업률은 3.7%를 기록했다. 지난해 3%대로 반짝 회복했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2.9%에 그칠 전망이다. 성장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분야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설비투자 절벽’에 직면했다. 고령화 속도는 가파르다. 통계청은 지난 2월 국내 고령화율이 2060년에 일본을 뛰어넘는다고 추계했다. 랜들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담당관은 지난 6월 한국경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점은 아직 자영업자 몰락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늘어난 한국의 자영업자는 아직도 증가세다. 9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체 수는 2007년 268만1885개에서 2015년 308만4376개로 늘었다. 폐업보다 창업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다만 일본의 전철을 밟을 징후는 가득하다. 우선 소득이 점점 줄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밀집해 있는 전통시장 1곳당 하루 평균 매출액은 2006년 5787만3000원이었지만 2010년부터 5000만원 아래로 떨어져 2016년 4988만원에 그쳤다.
일반 상가도 다르지 않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16년 전국 상점가의 점포당 하루 평균 매출액은 57만8000원에 불과했다. 비용 등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악화일로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체감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 3월 79.7로 정점을 찍었다. 수치가 높을수록 자영업자들이 겪는 경기 상황이 좋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3월 이후로 자영업자 체감 경기는 4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지난달 체감경기실사지수는 52.5까지 떨어졌다. 2015년 1월(51.1)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두 달은 월평균 하락폭이 10포인트에 근접할 정도로 컸다.
특히 지난달 체감경기실사지수는 자영업자들이 예측했던 경기전망지수(83.9)와 31.4포인트나 차이를 보였다. 기대감과 달리 현실은 최악으로 치달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래가 어둡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기업경제연구소가 2016년 8월 발간한 ‘일본 소상공인 증감 동향과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지역경제 침체로부터 자영업자 감소가 촉발됐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시·도별 소매판매 동향을 보면 자동차·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이 붕괴한 울산과 경남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0.8% 감소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상황은 일본보다 더 열악하다”며 “지역, 생산성, 수요개척, 인재, 사회안전망에 집중한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전통시장 1곳 평균 매출액 10년 새 5787만원에서 4988만원으로 후퇴
입력 2018-08-10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