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 보내라”

입력 2018-08-09 18:51

일본 시민단체가 고이케 유리코(사진) 도쿄도지사에게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낼 것을 요구했다. 유리코 지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9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전날 도쿄도청을 방문해 고이케 지사에게 추도문을 보내 달라는 요청문과 함께 8000여명의 서명을 전달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서명운동에는 개인 8596명과 단체 142곳이 참여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지방을 강타한 규모 7.9의 대지진으로 10만5000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약탈을 하고 일본인을 습격한다’는 식의 각종 유언비어가 퍼졌으며 자경단, 경찰, 군인 등이 6000여명의 재일 조선인을 무차별 학살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1973년 요코아미초 공원에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가 세워진 이래 매년 추도식을 열고 있다. 이후 도쿄도 지사들은 매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냈다. 고이케 지사도 당선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보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1일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사로서 모든 희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지만, 개별적인 형태로 추도문을 보내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추도식 실행위원회 미야가와 야쓰히코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연재해로 잃은 목숨과 사람의 손에 죽임을 당한 목숨은 다른데, 고이케 지사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