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러 정부 소행” 美, 러시아 제재 나선다

입력 2018-08-09 18:55
지난 3월4일 런던 남쪽 솔즈베리 쇼핑몰 벤치에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의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율리아 부녀 모습. 스크리팔(66)은 러시아 이중간첩으로 2010년 영국에 망명했으며 율리아(33)는 사건 전날 러시아에서 아버지를 찾아왔다. BBC 캡처

미국이 지난 3월 발생한 영국 내 러시아 이중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가 러시아 정부의 소행이라며 제재 방침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국제법을 어기고 화학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15일간의 의회 고지 기간을 거친 뒤 오는 22일 발효된다. 1991년 제정된 생화학무기 통제 및 전쟁 종식법(CBW Act)에 따라 미국산 가스터빈 엔진, 집적회로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장비가 수출되는 것이 전면 금지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90일 이내에 내놓지 않으면 무역 및 외교 관계를 중단하는 등 2차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아 스크리팔은 지난 3월 영국 소도시 솔즈베리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영국 정부는 두 사람의 몸에서 옛 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이 검출되자 러시아를 독살 시도 배후로 지목해 왔다. 영국 정부는 수개월간 조사 끝에 스크리팔의 현관에 노비촉을 바른 러시아 시민권자 2명을 확인하고 러시아 정부에 이들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줄곧 독살 시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한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폴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친서 전달 소식을 전하면서 “테러리즘, 문화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친서에 담겼다”고 밝혔다. 폴 의원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해 온 인물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