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성장 단계에 집중, 폐업 위기 땐 손 놓는 정부

입력 2018-08-10 04:04
정부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예산이 ‘성장’에만 집중돼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 예산 2조3400억원을 단계별로 나눠보면 성장단계 예산이 1조59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창업단계에는 6900억원이 지원됐다.

반면 퇴로 및 안전망 관련 예산은 600억원(전체의 2.7%)에 불과했다. 퇴로·안전망 지원 예산은 2015년 6560억원으로 전체 소상공인 예산의 29.0%를 차지했지만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정부가 금융·마케팅 지원 등 성장단계에 예산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대책도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한 안전망 지원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본 자영업자들에게 ‘구조조정’이란 단어를 내놓는 것 자체가 정부 입장에서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과 대책이 단기적 성과 위주로 가다보면 근본적 해법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의 예산사업 대다수는 일회성 또는 행사성 사업에 몰려 있다. 지방자치단체 사업의 경우 숫자는 많지만 실적 위주 사업, 중앙정부와 겹치는 유사중복사업이 상당수다. 연구원 관계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중복사업이 5건 중 1건꼴”이라며 “소상공인 지원 사업의 조정과 평가를 맡을 컨트롤타워가 없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