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고도비만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담은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비만율이 급증하고 있고, 고도비만 인구비율도 2016년 5.3%에서 2030년엔 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많은 비만 환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비만수술 건보 적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살 빼는 수술에 혈세를 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고도비만이 지속되면 당뇨병, 고지혈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등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합병증이 발생 위험이 매우 크고, 그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도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했다.
우리나라에서 고도비만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으로 정의한다. 체질량 지수는 체중(㎏)에서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키 170cm에 몸무게 90kg이면 고도비만이다. 미국은 BMI 40을 고도비만으로 정의하는데, 이에 이혁준(사진)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적 통통한 사람들에게서도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같이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식이요법, 약물치료 등 내과적인 방법으로도 잘 치료되지 않은 고도 비만 환자는 ‘비만수술’을 시행한다. 체중 감량뿐 아니라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의 치료 효과도 있어 최근에는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의료기술로도 인정받았다. 다만 당뇨 치료 목적의 수술은 BMI 27.5 이상일 때 받을 수 있다.
비만수술의 종류는 위 조절 밴드, 위 소매 모양 절제술, 루와이 위우회술 등이 있다. 밴드 수술은 위의 상부에 밴드를 둘러서 압력을 조절해 위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다. 이혁준 교수는 “밴드 수술법은 예전에 많이 사용하던 방법이다. 지금은 잘 안 하는데, 그 이유가 체중조절 효과가 적고 후기 합병증이 생기기 때문이다”라며 “처음엔 식사량이 줄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늘어나는 단점이 있고, 더 큰 문제는 밴드가 위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진료 현장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는 수술법은 위 소매 모양 절제술이다. 쉽게 말해 늘어난 위를 절제해 위 용적을 줄이는 수술이다. 추후 위가 늘어날 확률도 적고, 복강경으로 할 수 있어 위험 부담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위우회술은 위와 소장을 연결하는 방법이다. 위를 식도부근에서 작게 남기고 잘라서 나머지 위와 분리한 후 소장과 연결한다. 위에 저장되는 음식의 양은 10%로 줄이고 나머지 음식물은 바로 소화를 시키는 소장으로 보낸다.
이런 외과적 치료와 함께 내과, 정신과 등의 진료도 함께 이뤄진다. 이 교수는 “비만수술은 무조건 외과와 함께 내분비내과, 가정의학과, 마취과, 순환기내과, 정신과 등 다른 진료과가 다학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고도비만 환자들을 보면 우울증은 기본으로 있고, 자존감도 낮고 사회적으로 열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에서 격리되어 있고 지적장애가 있는 환자들도 있다. 그래서 실제로 수술을 받는 환자도 10명 중 2명뿐이다. 물론 수술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1차 수술만 1500만원 정도이고, 비급여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병원마다 다르다. 그 후 모든 처치료도 비급여여서 수술비만 1억, 2억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도비만 환자는 살기 위해, 사회로 나가기 위해 대수술을 받는 것이다. 비만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살을 빼는데 왜 보험을 적용해야 하냐’는 인식은 바뀌어야 하고, 이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
“고도비만 수술은 생존문제” 사회적 인식 바뀌어야
입력 2018-08-12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