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강화 시끌벅적한데… 치과·한의계는 잠잠

입력 2018-08-12 20:48
문재인 정부의 국가 개조프로젝트 중 하나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가 순차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계와의 마찰이 곳곳에서 빚어지며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거나 중단되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는 실정이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적정수가 보상을 전제로 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보장성 강화를 요구하며 길거리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마찰을 빚어왔다. 당장 9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MRI 급여화도 논란 속에서 진척이 느리다.

그나마 의료계는 사정이 좋은 편이다. 의료서비스의 나머지 축을 담당하는 치과계와 한의계 관련 보장성 강화는 답보상태다. 이들은 “마찰이든 충돌이든 발생한다는 것만으로도 진행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부러움이 담긴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목표로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생애주기별 한방의료 서비스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구체적인 항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첩약(한약) 급여화, 한방난임치료, 추나요법 등이 대상으로 거론됐다.

치과 치료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65세 이상 틀니치료는 2017년부터, 임플란트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50%에서 30%로 인하하고, 18세 이하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과 치아홈메우기 본인부담률을 10%로 낮출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료계와 정부 간 협의체가 구성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동안 치과계와 한의계는 협의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급기야 지난 5월에는 대한약사회를 포함해 이들 단체가 공동으로 의료계에 치중된 제도협의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한치과협회는 지난 6월, 2019년도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한 후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꼈다”면서 “국민을 위해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희생을 감수하며 적극 협조했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이라며 추가적인 보장성 강화 논의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이와 관련 김철수 회장은 “광중합 복합레진 급여화의 전제조건은 적정수가 보장”이라며 내부적으로 TF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는 등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정부와의 모든 논의는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의계 또한 실상은 다르지 않다. 이은경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11월을 목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첩약급여화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지만 공식적인 협의체나 논의기구가 운영되지는 않고 있다”며 답보상태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리며 씁쓸해 했다.

이에 반해 제도 시행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급여화 검토항목으로 발표한 3800개 중 200개는 한방과 치과 관련 행위 및 치료재료”라며 “의료계와 달리 새로운 급여항목을 만드는 일과 같아 기초연구나 검토가 필요해 더딘 것처럼 보일 뿐 차근히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18세 이하 청소년의 광중합 복합레진치료 급여화의 경우 11월 정책시행을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으며 기타 치과치료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초를 다지고 있다. 첩약 급여화 등 한방 보장성 강화 또한 기초연구와 논의를 거쳐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같은 복지부의 태도에 한의계와 치과계는 답답함을 표현했다. 하나의 행위에 대한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학문적·실무적 논쟁이나 시행착오를 가볍게 여기고 관련 분야를 홀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치과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하려면 보장성 강화를 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한의계 관계자는 “다 정해놓고 따르라는 식 아니냐. 의과와 비교해 치과나 한의계를 무시하는 처사로 받아들여진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하기도 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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