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규제 완화가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문제는 디테일에 도사리고 있다. 어느 범위까지 규제가 완화될지가 최대 쟁점이다. 당론을 선회한 더불어민주당도 기업의 사금고화 우려를 차단하려면 제한적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제한적일 경우 규제 혁신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여야(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는 8일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천명했다.
은산분리는 18년 동안 국내 금융규제의 큰 틀이었다. 규제를 건드는 것 자체를 두고 진보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할 정도다. 완화 수위가 민감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완화 대상의 범위가 첫 번째 관문이다. 일종의 진입규제다. 국회에 계류된 인터넷은행 관련법안 5개 가운데 3개는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을 완화 대상에서 제외한다. 즉 삼성·SK·LG 같은 재벌의 ‘은행 사금고화’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새로 마련될 법안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카카오가 자산 10조원을 넘어설 경우(현재 8조5000억원) 총수 있는 대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 카카오 같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에 예외를 둘 수 있지만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도 논란이다.
다음 관문은 은행 지분 보유 한도다. 현행 은산분리 규제는 4%(의결권 있는 주식)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국회에는 34% 또는 50%까지 허용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민주당)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은행 보유 지분을 34%로 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경영권 방어를 보장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범위를 놓고 격론이 벌어질 수도 있다. 보수 야당에서 50%를 계속 고집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자본을 집어넣을 때 꼭 의결권 있는 주식이 필요하느냐는 지적도 만만찮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이 좋다면 굳이 지배구조에 목숨을 걸 필요 없이 우선주(의결권이 없는 주식) 형태로 투자해 배당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왜 꼭 경영에 참여하려고 하는지, 그 목적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은행의 사금고화 우려를 막기 위해 대주주에 대한 대출 등 신용공여 제한 규제를 강하게 거는 것도 불가피하다. 발의된 법안에는 대주주 신용공여를 아예 금지하는 법안과 자기자본의 10%까지 허용하는 법안 등이 있다.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은 아예 취득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있다.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사후 규제’들이다. 예외적으로 허용케 하는 법안도 있어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별개로 케이뱅크 특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KT가 2대 주주로 있는 케이뱅크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인터넷은행 법안과 별도로 국회 정무위에서 이를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가가 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나성원 심희정 기자 naa@kmib.co.kr
재벌 ‘사금고화’ 우려…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제외될 듯
입력 2018-08-0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