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희 이대목동병원 교수 “한국환경이 삶에 미친 영향 탐구… 성조숙증 등 주목”

입력 2018-08-12 20:32

한국은 살만한 환경일까. 수많은 환경문제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한국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이 비밀을 풀기위해 2015∼2019년생 아이들 7만 명을 최대 20여년간 추적하는 대규모 연구가 시작 단계에 있다.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의 삶이 어떤 비밀을 밝힐지 주목된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종류가 완전히 다릅니다. 중금속이나 화학물질 중에서도 특별히 우리 사회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것들이 분명 있죠. 한국의 환경유해인자를 찾는 연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은희(사진)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질병의 원인이 환경에 있다”며 이같이 말한다. 그동안 많은 환경 이슈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는데 그쳤지만, ‘어린이환경보건출생코호트’를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출생 코호트는 태아에서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장기간 추적 관찰하는 연구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2015∼2019년생 아이들 7만여명을 2036년까지 최대 20여년간 추적하는 대규모 연구가 진행 중이다. 7만명의 임신·출산 과정을 일제히 조사하고, 그 중 5000명은 생애주기에 걸쳐 20년간 추적한다. 또 코호트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연계해 2015∼2019년 전체 출생아들의 정보가 활용된다.

아이들이 무엇을 먹고, 사용하는지, 어떻게 성장하는지 등이 관찰 대상이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성조숙증, ADHD, 사회성 및 정서발달 문제 등이 어떤 환경 요인으로 비롯된 것인지 면밀히 살필 예정. 갖가지 환경문제에 대한 답이 아이들의 삶에 달려있는 셈이다. 하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자폐증이나 성조숙증을 앓는 아이들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가 불과 10∼30년 사이에 나타나기는 어렵다. 따라서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것을 포함한 환경변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 교수는 “지금 시대에 꼭 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저출산 추세로 출생아 수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경우 연구의 질이나 범위가 한정되기 때문. 그는 “질병마다 연구에 필요한 규모가 정해져 있다”며 “7만명은 조산, 유산, 대사증후군, ADHD, 아토피 등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인원”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연구이므로 어머니와 아이들의 협조가 중요하다. 하 교수는 “어머니들의 공헌이 크다. 우리 미래인 아이들을 위한 귀중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추적이 다 끝날 때까지 참여해주셔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지속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모든 조사는 익명으로 진행되고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된다. 환경요인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만 사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를 설계한 하 교수는 10년 뒤 정년을 맞는다. 그는 “저는 이 연구를 끝까지 할 수 없다. 환경보건연구에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뒤이어 주길 바란다”며 “영국처럼 70년간 지속하는 것이 우리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 아이들이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