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편 핵심은 ‘부처 장악력 강화’

입력 2018-08-09 04:04

청와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조직 개편의 핵심은 부처 장악력 강화다. 이를 위해 문재인(얼굴) 대통령의 메시지가 ‘오독’되지 않도록 조직을 보강했고, 국정 전반에 대한 홍보·기획 기능을 확대했다.

9년 반 동안 보수정권 논리에 익숙해진 공직 사회를 문재인정부 국정 방향으로 확실히 이끌기 위한 조치지만, 일부 조직에 힘이 집중되는 부분도 있어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조직 개편안 중 가장 눈에 띄는 자리는 신설된 연설기획비서관이다. 앞서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임명됐던 자리다. 명실상부한 대통령의 복심이다.

당시 연설기획비서관은 대통령의 생각을 파악해 부처와 국민들에게 전파되는 메시지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메시지를 명확히 해 오독을 막고, 국정 운영에 필요한 메시지는 직접 발굴하기도 한다. 대통령의 공식·비공식 일정에도 대부분 배석한다. 8일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정부 당시 연설기획비서관은 대통령의 메시지 생산, 발굴, 전파 전 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이 자리를 부활시킨 것은 대통령 메시지를 각 부처에 정확히 전달해 정책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협치내각’ 제안을 비롯해 본의와 달리 과하게 해석되는 현안들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도 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평소 꼼꼼하게 서류 검토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통령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청와대 내부 비서관을 발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홍보비서관이 신설되고, 국정상황실이 기획 기능 추가로 국정기획상황실이 된 것 역시 부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국정홍보비서관은 각 부처 홍보담당자를 통솔하며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 등 정부 핵심 정책 홍보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당초 청와대 각 비서관실로 흩어져 있는 업무를 컨트롤할 수 있는 기획조정비서관 신설을 검토했으나 이 업무를 국정기획상황실에 맡기는 것으로 정리했다. 그동안 현안 대응만 담당했던 국정상황실이 국정 기획과 정책 발굴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국정기획상황실은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각 부처에서 파견자가 나와 있는 만큼 부처들에 끼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의 이광재 국정상황실장과 같은 ‘왕비서실’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부처와의 팀워크가 중요한 정책실은 교육, 문화, 자영업 등 비서관실을 세분화해 해당 부처와 1대 1로 대응시켰다. 청와대 관계자는 “10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만큼 정부부처와 손발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 조직 개편은 집권 2년차를 맞아 국정 운영의 효율성과 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뉴미디어비서관실을 디지털소통센터로 확대 개편해 직접 민주주의 통로도 확대했다. ‘관영방송’ 논란을 비켜갈 수 있도록 정교하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