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체험하러 온 게 아니고 살러 왔다. 문제를 해결하러 왔고, 일을 하러 왔다.”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으로 거처를 옮긴 지 19일째가 되는 8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옥탑방 한 달 살이’가 쇼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박 시장은 이날 삼양동 옥탑방 근처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가 여기 들어오면서 갖고 온 주제들, 시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나 강남·북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들”이라며 “그렇지만 현장에서 보면 정말 많은 대안들이 나온다. 제가 뭘 만들어냈다기보다 시민들이 이미 스스로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름 넘는 기간 동안 삼양동에 머물면서 ‘99대1의 사회’를 실감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구멍가게가 있었고 양장점, 전파상, 작은 식당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졌고 대로변 가게들 대부분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다. ‘99대1의 사회’가 마을에서 어떻게 골목경제를 유린하는지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삼양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인 만큼 이를 해결할 답을 고민하고 있다.”
박 시장은 오는 19일 한 달 살이를 마무리하면서 강북구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강북구에 이어 금천구에서도 한 달 살이를 예고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유세 때 한 달 살이를 약속했던 곳이 강북구와 금천구였다”면서 “금천구에서도 시장이 언제 오는지 문의가 빗발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박 시장이 와서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면 해당 지역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박 시장은 “다른 지역 구청에서도 (와 달라고) 야단”이라며 “여러 구청장님이 방문해서 ‘한 달은 와야 한다’고 하는데 남은 열흘 동안 한나절 정도는 가까운 지역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교롭게도 박 시장 옥탑방 근처에 살던 40대 남성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주민들이 골목에서 악취가 난다고 신고해 경찰이 확인해 보니 시각장애 6급인 A(41)씨가 집에서 숨져 부패가 진행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평소 알코올 의존 증상이 있었다는 주민 증언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소식을 들은 박 시장은 “도시에서 이런 외로운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또 하나의 과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폭염 속 에어컨도 없는 옥탑방 생활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시장은 “더위는 결국 서늘함에 질 것이고, 고통은 이후에 오는 즐거움으로 보상될 것”이라며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목소리를 듣고 대안을 마련하는 건 사실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99대 1의 사회, 골목경제 유린 목격”
입력 2018-08-08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