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윌스토어를 처음 찾은 고객은 세 번 놀란다. 처음엔 생소했던 점포 이름에 비해 크고 쾌적한 매장 내부에 놀란다. 이어 의류 잡화는 물론 생활용품 도서 가전제품 등 다양한 제품군에 놀라고, 가격표를 재차 확인하게 되는 저렴한 가격에 놀란다. 7일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에 들어서자 오전 시간임에도 매장을 찾은 동네 주민들이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느라 분주했다.
매장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에 거주한다는 송윤미(43·여)씨는 “굿윌스토어는 질 좋은 중고물품은 물론 샴푸 고추장 등 일반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 ‘가성비 갑’이라 불린다”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성도들의 물품 기부가 원동력
굿윌스토어 운영의 출발점은 물품 기부다. 기부된 물품이 매장에서 고객을 만나는 과정에 장애인 일자리가 창출된다. 장애인 직원의 업무를 통해 수익이 창출되고 이는 장애인의 사회적 자립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교회의 적극적인 물품 기부는 굿윌스토어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데 크게 공헌했다.
2011년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 개점 초기,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은 교회와 협력해 홍보와 기부캠페인을 전개했다. 남서울은혜교회 등 25개 교회를 중심으로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물품을 기증했다. 전체 기부 물품의 약 80%가 성도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이었다. 성도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뒤이어 개점한 밀알도봉점 밀알구리점 밀알전주점과 오는 9월 문을 여는 밀알대전점까지 신규 굿윌스토어 개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장애인의 선한 일터를 꿈꾸는 굿윌스토어의 비전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교회의 협업이 큰 열매를 맺은 것이다.
지금도 서울 온누리교회 오륜교회 남포교회 우리들교회 높은뜻정의교회 삼일교회 등 30여 교회의 성도들이 매년 굿윌스토어 기부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 송내사랑의교회(박명배 목사)도 그중 하나다. 2013년부터 매년 부활절과 추수감사절을 맞아 ‘굿윌주간’을 지정하고, 성도들이 물품을 모아 굿윌스토어에 기부한다. 지금까지 기부한 물품이 5만3326점. 기증액으로 환산하면 장애인 직원 46명에게 한 달 치 월급을 줄 수 있는 금액이다.
물품 기부는 자연스럽게 이웃사랑과 섬김에 대한 공감, 다음세대의 신앙교육으로 이어진다. 송내사랑의교회 희망나눔위원회 고성훈(42) 목사는 “6년째 정기적으로 기부에 나서다 보니 성도들이 이제는 환절기마다 기부를 위해 따로 물품을 정리해두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9세와 6세 아들을 둔 이은혜(36·여) 집사는 “굿윌주간이 되면 교회에서 가정마다 큰 봉투를 나눠주는데 아이들과 함께 봉투에 기부 물품을 담으면서 이웃을 위한 나눔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가정에 온기가 돈다”고 전했다.
장애인 위한 기업의 나눔도 큰 힘
성도들이 굿윌스토어에 중고 물품을 기부한다면 기업에서는 새 상품을 기부해 매장 이용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오뚜기, LG생활건강, 이랜드그룹 등은 굿윌스토어에 꾸준히 자사 제품을 기부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랜드그룹은 밀알송파점의 개점 준비 시기부터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파트너다. 준비 기간이었던 2009년 기부를 시작해 2015년 기준 37만여점을 밀알송파점에 전달했다. 오뚜기는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굿윌스토어 전 지점에 자사 제품을 기부하고 사내물품 기부캠페인도 진행한다. 모든 임직원이 매주 일일자원봉사자로 나서 장애인 직원과 함께 기부물품을 분류하고 수선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초창기부터 이어진 지속적인 기부와 함께 2015년부터는 교회와 기업의 기부물품 수가 100만점을 넘어섰다. 교회의 사역과 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그 수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굿윌스토어 운영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한상욱 밀알복지재단 굿윌본부장은 “여러 교회의 적극적 동참은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양한 상품을 준비할 수 있는 토대가 됐고, 기업들이 힘을 보태면서 굿윌스토어 매장의 퀼리티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교회와 기업이 굿윌스토어를 통해 장애인 일자리를 만드는 두 축”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줄 잇는 물품 기부… 교회와 기업의 착한 손들이 큰 공헌
입력 2018-08-09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