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어느 자매와 한 차례씩 결혼하고 이혼했다. 이후 자매의 사촌동생과도 결혼했다. 아파트 분양권 당첨을 노린 위장결혼이었다. 그는 각각의 혼인으로 부산·울산·세종에 있는 분양권을 3차례 받았다.
B씨는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부산·대구 등에 8차례 위장전입했다. 그는 7곳의 청약신청에서 모두 당첨됐다. B씨는 부양가족이 7명, A씨는 4명이었다.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분양권 당첨에 유리하다. 궁핍한 처지였던 이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부동산 투기세력의 유혹에 빠져 범죄 피의자가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8일 청약통장을 사들인 뒤 통장 명의자들을 위장결혼·전입시켜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하게 하고 이를 불법으로 전매해 수십억원을 챙긴 혐의(주택법 위반) 등으로 부동산 시장 교란사범 1090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청약통장 모집총책 C씨(51)를 구속하고 조직원 3명과 통장 판매인 112명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C씨 일당은 지인과 전단 광고를 이용해 청약통장 332개 및 공인인증서 등 청약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개당 200만∼1000만원에 사들였다.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를 판매한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였다. C씨 일당은 이후 통장 명의자들을 위장결혼·전입을 시켜 청약 가점을 높이는 방식으로 서울과 수도권 등 아파트 분양권 243건을 따냈다. 분양권에 웃돈을 얹어 팔아 수십억원을 남겼다.
아울러 경찰은 수도권 아파트 불법전매자 974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된 뒤 ‘떴다방’ 등의 경로로 부동산 업자에게 건당 프리미엄 1000만∼1억원을 붙여 판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해 분양권 불법전매 공증업자 사무실에서 압수한 공정증서 2418건에서 수사 단서를 발견했다.
경찰은 국토교통부에 부정당첨 243건을 취소할 것을 의뢰하고 불법전매 974건은 해당구청과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법전매 의혹이 있는 다른 684건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위장결혼에 불법전매까지, 부동산 시장 교란 일당 1090명 검거
입력 2018-08-09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