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5일 선출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을 화두로 던지고,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적극 호응하고 나서면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는 현행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에 대한 개편 필요성은 진즉부터 제기됐었으나 그때마다 번번이 거대 정당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소선거구제의 가장 큰 맹점은 사표를 양산하는 데 있다. 세 명의 후보가 출마해 각각 34%, 33.5%, 32.5%를 득표했다고 가정할 경우 유권자 34% 의사만이 국회 의사결정에 반영되고 나머지 66%는 사장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51.4%(광역의회 정당득표 기준)의 득표율로 대구·경북을 비롯한 몇몇 지역을 제외한 광역의회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민주당은 전체 광역의회 824석 가운데 652석을 얻었다. 유권자는 51%의 권력만 주었을 뿐인데 민주당이 실제 행사하는 권력은 79%에 이른다. 차이에 해당하는 28%는 민심이 왜곡된 권력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배분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선거제도다. 이것에 가장 근접한 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군소정당인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은 이 제도 도입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도 20대 총선과 지난해 대선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했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소극적으로 급변했다. 현재의 지지율 추이라면 소선거구제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개헌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개헌과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최선이기는 하나 임기 내에 선거구제 개혁만이라도 이뤄진다면 20대 국회는 성공한 국회로 역사에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도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지금의 높은 지지율에 도취해 총선 및 대선 공약을 저버린다면 그 역풍을 고스란히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또한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할 때가 됐다. 지방선거에서 30% 가까운 득표를 하고도 20%에 훨씬 못 미치는 의석수를 얻은 아픈 경험을 되풀이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염려되는 부분은 의원 정수 확대 문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비례대표 의원 정수 증가는 불가피하다. 정치권이 늘어나는 비례대표 의원 수만큼 순순히 지역구 의원을 줄일 리 만무하다. 대다수 국민은 현 국회의원 수도 많다고 느낀다. 최대한 의원 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는 게 마땅하다.
[사설] 선거제도 개혁 빠를수록 좋다
입력 2018-08-0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