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 대책을 요구하며 시작된 방글라데시 학생 시위가 10일째 계속됐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시위를 폭력 진압하고 언론인을 구금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7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당국은 교통안전을 요구하는 시위 참가 학생들을 불법적으로 공격한 책임이 있는 이들을 기소하는 대신 학생들을 체포하고 활동가와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규탄했다. 유엔도 방글라데시 정부가 학생들을 다치게 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9일 승객을 먼저 태우기 위해 질주하던 버스가 10대 남녀 학생을 숨지게 하면서 촉발됐다. SNS를 통해 학생들의 사망 소식이 빠르게 전파되면서 열악한 교통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로 확산됐다. 시위에는 10대 초반의 어린 학생들까지 참여하는 등 수천명이 모였다. 시위 과정에서 버스를 불태우는 등 과격한 양상으로 확산되자 당국은 전국에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학생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점차 시위 참여 인원이 늘고 있다.
시위가 계속되자 방글라데시 당국의 대응도 거칠어졌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쏘고 시위대를 폭행하는 등 강경 진압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학생 40여명을 연행했다. 현지 언론은 6일 시위에서만 학생 11명이 부상을 입는 등 연일 부상자가 속출한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한때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곳곳에서 언론 탄압도 이뤄졌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지난 5일 허위 정보 유포 혐의로 프리랜서 사진기자 샤히둘 알람을 자택에서 연행했다. 알람은 앞서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6일 법정에 출두한 알람이 구금된 동안 경찰에게 구타당했다고 폭로해 논란은 한층 커지고 있다.
시위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자 방글라데시 법무부는 시위 원인을 제공한 버스기사에게 사형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시위대를 달래고 나섰다. 교통 사망사고 가해자의 최대 징역형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법률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교통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했던 시위대는 정부가 내놓은 미봉책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버스회사가 기사를 간접 고용해 월급 대신 승객 수에 따른 수수료만 지불하는 현재 버스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기사가 더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과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족을 교통사고로 잃은 시위 참가자 세이크 샤피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요구는 버스회사가 기사를 직접 고용하고, 근로시간을 하루 최대 10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를 촉발한 방글라데시 교통 환경은 심각한 수준이다. 방글라데시 국립 공학기술대학교 사고연구소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는 연간 1만2000여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교통안전 요구하는 학생들을 폭력 진압하는 방글라데시
입력 2018-08-07 18:39 수정 2018-08-07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