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년까지 정부가 추진할 인권정책의 방향과 청사진을 담은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National Action Plan)’이 7일 공표됐다. 이번 계획에는 재난 등으로부터 안전할 권리인 ‘안전권’이 신설되고 ‘기업과 인권’에 관한 별도의 장도 마련됐다. 다만 일부 교계와 보수단체가 동성애 조장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해 온 차별금지기본법 제정 추진 방침 등이 그대로 들어가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3차 계획을 이날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확정했다. 이번 계획에서 정부는 인권 보호 대상을 국적 중심의 국민에서 ‘모든 사람’으로 변경했다. 외국인과 난민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인권 보호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기업 내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기업의 인권 친화적 활동 수행 책임 등을 강조하기 위해 기업과 인권에 관한 별도의 장이 신설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등을 세부 추진 과제로 포함시켰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대한항공 사태 등 기업의 소위 ‘갑질 문화’를 예방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높아지고 사적 영역인 기업의 인권 책임을 강조하는 국제적 추세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 자연 재해 등이 벌어질 때 국가의 보호 의무를 강조하는 안전권도 신설됐다. 세부 과제로 시설안전, 안전사고 예방 및 재난관리의 국가책임체제 구축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피해자의 안전’도 국가가 보호할 가치로 언급됐다.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 등을 막기 위해서다.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근절, 여성폭력 예방 및 범죄 통계 생산, 미혼모·부자 가족 및 한부모가족에 대한 차별 해소 등도 신규 과제로 제시됐다.
또 기본적 생활수준을 보장해야 한다는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별도의 장으로 편성되고,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지원 등도 과제로 담겼다.
지난 4월 3차 계획 초안 공개 이후 논란이 됐던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방안 등은 초안대로 유지됐다. 계획은 ‘모든 사람이 평등할 권리’를 강조하면서 다양한 차별금지 사유와 영역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기본법 제정 추진을 과제로 제시했다. 또 ‘양성 평등’ 대신 ‘성평등’ 교육 추진 방안도 그대로 포함됐다.
이에 교계 단체는 3차 계획 공표가 강력한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00개 시민단체가 소속된 ‘동성애 동성혼 반대 국민연합’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헌법과 국민을 무시한 채 3차 계획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은 제왕적 적폐로 강력한 국민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정책 수립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3차 계획을 반대하며 혈서까지 썼던 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성경적 가치에 위배되는 정책을 펼친 문재인정부는 한국교회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민영 백상현 기자 mymin@kmib.co.kr
국가 보호 의무 ‘안전권’ 신설… 갑질 막는 ‘기업과 인권’도 담아
입력 2018-08-07 18:52 수정 2018-08-07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