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도 감수”…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 확산

입력 2018-08-08 04:04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시간당 8350원으로 확정되면서 소상공인 중심으로 ‘불복종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형사처벌을 무릅쓴 극단적 대응에 정부는 지원책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소상공인의 불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제도 개편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여당과의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7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소상공인의 불복종 운동은 ‘표준근로계약서’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을 무시하고 노사 자율로 합의해 임금수준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29일을 전국 소상공인 총궐기의 날로 정하고 서울 광화문에 ‘소상공인 119민원센터’를 설치해 표준근로계약서를 보급할 방침이다.

최저임금을 무시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은 명백한 불법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체결된 계약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낮게 임금을 지급했다면 사업주는 임금체불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받게 된다.

일단 고용노동부는 소상공인의 불복종 운동에 “형사처벌까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아직 내년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았고, 불복종 운동 역시 현실화되지 않은 만큼 사태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이달 중으로 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해 불만을 달랠 계획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라는 ‘불씨’는 꺼지지 않을 조짐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에는 단호한 모습이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원책으로 소상공인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와 소상공인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칼자루’는 국회로 넘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제도 개편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핵심은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차등적용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1988년 업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적용한 뒤로 이 조항을 활용한 적이 없다. 야당은 ‘임의규정’인 이 조항을 ‘의무규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과 추경호 의원은 사업 종류별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의무화하는 개정 법안을 지난달 각각 발의했다.

문제는 여당이다.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어 여당이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 임의규정이 사문화된 만큼 아예 이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한다면 그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도 난제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재심의를 신청하면서 최저임금 미만율,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부가가치, 소상공인 비중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