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7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7∼8월 두 달 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올여름 에어컨, 선풍기 사용이 늘어나 가계의 전기요금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긴급 지원책을 마련한 것이다. 전력 사용량 1, 2단계의 상한선을 각각 100㎾h 높이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한 지원도 추가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했던 가구들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해 대응하려는 마당이니 한시적으로나마 요금부담을 덜어주는 처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16년 7∼9월에도 전기요금을 인하해 준 적이 있다. 그러나 누진제 한시 완화는 미봉책이다. 지구온난화로 폭염이 상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누진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당정은 전반적인 요금체계 개선은 중장기 과제로 진행하겠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산업, 환경, 국가의 에너지 정책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전기 과소비 국가라는 점이 고려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기 사용량이 세계에서 7번째로 많고 증가율도 2번째로 높았다. 경제와 인구 규모에 비해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건 그만큼 낭비가 심하다는 뜻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사용량이 늘어나지만 과소비는 비용 부담 증가와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수요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요금을 현실화하고 사용 주체들 간의 형평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주택용은 물론 산업용과 일반(상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분야별 전기 사용량은 산업용이 56.3%, 일반(상업)용이 21.9%였고 주택용은 13.4%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인당 주택용 전기 사용량은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고, 산업용은 2.2배였다. 전기 과소비의 주범이 주택용이 아니라는 말이다. 석유화학, 철강 등 전기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 탓도 있지만 산업용이나 일반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것도 과소비의 원인이다. 산업용과 일반용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산업용은 경부하 시간대(오후 11시∼오전 9시)에 요금을 원가 이하로 할인해 주고 있다. 기업 경쟁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산업용에서 발생하는 한전의 전기료 적자를 주택용으로 메워주는 현행 요금체계는 불공정하다. 판매시설 등이 에어컨을 틀어놓고 문을 열어둔 채 영업하는 것도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체계의 합리적 개편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할 때가 됐다.
[사설] 과소비 부추기는 전기요금 체계 개선하라
입력 2018-08-0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