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예외 필요하지만…

입력 2018-08-08 04:03
정부가 경제정책의 초점을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미세 조정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관련 발언 중 핵심어가 혁신성장이다. 혁신성장은 간단히 말해 신기술 투자와 벤처·창업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그 중심에는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가로막는 기득권과 규제의 혁파가 있다. 바람직한 방향 전환이다.

문 대통령이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 간담회에 참석한 것도 이런 방향 전환을 보여줬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은산(銀産)분리의 예외로 하는 입법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예외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고용과 은행업계 경영 혁신 촉진 등 기대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은행의 대주주 사금고화 등 위험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은산분리는 은행법 상 비금융회사가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법적 규제다. 자금의 수요자인 비금융기업(산업자본)이 은행의 대주주가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금고화와 은행 부실 문제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국회에 제출된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정보통신(IC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34% 또는 50%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만 ICT 기업도 자금의 수요자라는 점에서 다른 비금융기업과 다를 바 없다. 대주주인 ICT 기업이 자금 부족의 위기에 처하게 되면 자연히 자기 은행의 금고에 손을 벌리게 될 것이다. 은행 부실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철저한 감독을 통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상호저축은행 파산 사태나 동양그룹 사태가 대표적이다. 동양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이 악화되자 회사채와 어음(CP)을 발행해 계열사에 떠넘겼을 뿐 아니라 동양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통해 개인에게도 판매했다. 이로 인해 5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인터넷은행은 핀테크로 대표되는 기술집약적 인프라를 사용하는 점에서 고용 창출 효과도 불투명하다.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예외가 대통령이 참석해 힘을 실어줄 정도로 규제 혁파 사례인지 의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규제 완화 시 경제적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