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고사(枯死)작전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휴가지인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이란 제재를 재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제재는 미국 워싱턴 시간으로 7일 0시(한국시간 7일 오후 1시) 발효됐다. 2016년 1월 이후 2년7개월 만의 재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과의 경제활동을 축소하지 않는 개인이나 단체는 심각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트위터를 통해 “누구든 이란과 거래한다면 미국과 거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란 제재는 11월 또 다른 수준까지 올라간다”면서 “나는 다름 아닌 세계평화를 원하고 있다!”고 썼다.
7일부터 이란의 금속·석탄·자동차·여객기·금·귀금속·부품 등은 거래가 금지됐다. 이란 정부는 달러화도 구매할 수 없다. 금지 품목을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개인도 제재를 받는다. 11월 5일 0시부터 가해지는 2차 제재는 이란의 생명줄인 석유산업을 겨냥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6일 국영방송에 출연해 단결을 호소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유럽과 중국, 러시아 등 전 세계가 이란을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란 정상회담에 대해선 “한 손에 칼을 쥔 사람이 대화를 하자고 한다”며 “대화를 하려면 주머니의 칼부터 빼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제재 재개의 파장은 거셌다. 지멘스, 에어버스, 푸조 등 50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이란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이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국제유가는 6일 상승세로 전환했다. 아직 상승폭이 크지는 않지만 미 CNBC방송은 연말 국제유가가 9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유종에 따라 69∼73달러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발로 이란 제재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유럽연합(EU)과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란과 합법적으로 거래하는 기업을 보호하겠다며 미국에 반기를 들었다. 여기에 EU와 중국 인도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석유 수출과 관련해 물물교환 방식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해외 업자가 특정 계좌에 돈을 지불하면 이란에 상품을 수출하는 업자가 그 계좌에서 돈을 빼가는 방식이다.
미국과 이란의 정면충돌 상황에도 오는 9월 뉴욕 유엔 총회에서의 미국·이란 정상회담설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지멘스·푸조 등 기업 50여곳 이란서 철수… 유가 들썩
입력 2018-08-07 18:42 수정 2018-08-07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