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피의자 신분으로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설치한 포토라인에 섰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이 출범한 지 41일 만이자 김 지사가 지난 5월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3개월여 만이다. “특검보다 더 한 조사도 응할 것”이라고 밝혀온 김 지사는 이날도 특검팀을 향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 달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 혐의 입증에 수사 성패가 걸린 특검팀은 밤늦게까지 김 지사 측과 팽팽한 진실 공방을 벌였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26분쯤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포토라인에 선 김 지사는 차분한 표정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특검이 정치적 공방이나 갈등을 확산시키는 정치 특검이 아닌 진실 특검이 되기를 부탁드린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관련 혐의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단호하게 부인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강남역 한복판에 있는 특검 사무실 주변은 김 지사가 도착하기 전부터 수십 명의 김 지사 지지자들과 김 지사를 비판하는 보수단체로 메워졌다. 보수단체들은 “김경수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반대편 지지자들은 “김경수 국민이 지킨다” 등을 외치며 대치했다. 지지자들은 김 지사가 등장하자 장미꽃을 던지며 응원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허 특검과 사전 티타임 없이 곧장 건물 9층에 위치한 영상녹화 조사실로 올라갔다. 통상 유력인사들을 조사할 때 일종의 예우 차원에서 진행하는 면담 절차 없이 바로 본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허 특검은 평일 오후 2시에 정례적으로 진행해 온 언론 브리핑도 이날 취소했다. 극도로 신중하게 김 지사 조사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특검 수사기간이 20일도 채 안남은 특검팀으로서는 김 지사 혐의 입증이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특정하지 못한 드루킹 댓글조작 공범 혐의를 입증하려면 결국 김 지사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지켜보고 암묵적 승인을 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김 지사는 특검팀의 계속된 추궁에도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특검팀은 이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김 지사에 대한 신병처리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의 혐의 부인 태도 등을 근거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
오전부터 자정을 넘어서까지 조사가 진행되면서 김 지사는 점심과 저녁식사를 각각 도시락과 곰탕으로 해결했다. 김 지사와 다른 진술을 해온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대질신문도 예상됐지만, 김씨의 다른 재판 일정 등으로 인해 성사되지 않았다.
드루킹과의 친분, 킹크랩 시연회 참석 등 주요 의혹을 모두 부인해 온 김 지사는 동명(同名)이자 같은 고향 선후배 사이인 김경수(57·17기) 전 대구고검장을 필두로 5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사활을 건 방어에 나섰다. 김 전 고검장은 마지막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대표적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조민영 구자창 기자 mymin@kmib.co.kr
김경수 지사 ‘피의자’ 출석, 특검, 티타임 없이 본조사
입력 2018-08-06 18:22 수정 2018-08-06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