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발암 물질’ 고혈압 약… 59품목 판매 중지

입력 2018-08-06 17:43 수정 2018-08-06 21:34

고혈압 치료제에 사용되는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이 또 검출됐다. 지난달 회수된 중국 화하이사 발사르탄에 이어 두 번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업체인 대봉엘에스 발사르탄에서 발암성 불순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0.12∼4.89ppm(㎍/g) 검출돼 잠정 판매·제조 중지했다고 6일 밝혔다. 대봉엘에스는 중국 주하이 룬두사에서 발사르탄을 수입·정제해 판매해 왔다. 식약처는 중국 제조 단계에서 NDMA가 생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봉엘에스 발사르탄이 들어간 국내 완제의약품은 모두 22개사 59품목으로 6일 기준 18만1286명이 복용 중이다. 식약처는 이들 의약품에 대해 잠정 판매중지 조치를 내리고 이날 자정부터 처방·조제도 차단했다. 앞으로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에 따라 0.3ppm을 NDMA 잠정기준으로 설정해 모든 의약품을 관리할 방침이다. 이제까지는 NDMA 관리 기준이 따로 없었다.

보건당국은 문제된 발사르탄이 크게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고혈압 환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최고용량(320㎎)을 매일 3년간 복용했을 때 1만1800명 중 1명이 추가로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NDMA 함유량이 약 60ppm일 때를 기준으로 계산했는데 화하이사 발사르탄에서는 최고 112.1ppm이 검출됐다.

김헌 충북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NDMA가 60ppm보다 더 많이 들어간 약품을 먹은 환자는 발암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라며 “식약처의 영향평가는 단지 평균적인 위해 수준이 그렇다는 걸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화하이사 발사르탄의 평균 NDMA 함유량을 적용한 것으로 통상적인 계산 방식”이라고 했다.

연이은 뒷북 조처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대만은 지난 2일 이미 룬두사 발사르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관련 의약품을 모두 회수했다. 식약처도 화하이사 논란 이후 발사르탄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대처가 늦었다. NDMA 발생의 원인을 제조공정의 문제로 보고 화하이사와 유사한 공정을 운영한 업체부터 조사해 왔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검토 중 대만의 상황을 전해 듣고 대봉엘에스 원료를 수거했다”며 “룬두사는 화하이사와 다른 제조공정과 용매를 사용하고 있어 정확한 NDMA 발생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고혈압 환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이 없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번 발표 내용을 믿고 약을 바꿨는데 또 바꾸라고 하니 불안하다”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화하이사 발사르탄 함유 약품을 복용하다가 대봉엘에스로 바꾼 환자는 모두 1만5296명이다. 국내 발사르탄 86개 품목 중 41개만 조사가 완료된 상태여서 다른 약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될 가능성도 있다. 식약처는 이달 안에 전수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