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 당장 주식투자 비중을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이고 현금과 예·적금 비중을 늘렸다.
부자들의 ‘부동산 사랑’은 변함없다. 내년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부동산 경기가 괜찮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내 자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부자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인식도 강하게 나타났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6일 ‘2018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는 27만8000명으로 추산됐다. 지난해(24만2000명)보다 15.2% 증가했다. 이들의 전체 금융자산 규모는 약 646조원이었다. 1인당 평균 23억2000만원 수준이다. 국내 부자 수와 그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2013년(16만7000명·369조원)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가량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자들의 자산구성을 보면 주택이나 상가, 토지 등 부동산자산이 5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예·적금과 주식 등 금융자산이 42.3%였다.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은 11.8%로 전년의 20.4%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201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이고, 코스피지수가 1900∼2100선에 머물던 2014년(13.5%)보다도 낮은 수치다.
부자들이 주식 비중을 줄인 이유는 ‘불투명한 시장 전망’에 있다. 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 400명에게 물었더니 60.5%가 ‘국내 경제의 장기 불황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지난해(43.7%)보다 16.8% 포인트 늘었다. ‘향후 경기 상황을 고려해 소비를 줄일 것’이라는 응답(63.6%)도 전년 대비 20.0% 포인트 증가했다.
새로운 투자보다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답변도 69.2%나 됐다. 연구소 측은 “국내외 경제 이슈로 ‘시장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불패신화’는 굳건했다. 부자 400명 중에 55.8%는 최근 1년간 부동산자산이 늘었다고 했다. 35.5%는 ‘향후 1년간 부동산자산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반면 부동산자산을 줄였거나 앞으로 줄이겠다는 응답은 각각 8.0%, 5.3%에 그쳤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부자는 30.7%나 됐다. 지방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10.0%)보다 훨씬 높았다.
한편 부자들 중 62.2%는 자신의 자녀가 본인보다 잘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부모 도움 없이 자수성가하기는 어렵다는 인식도 79.6%나 됐다. 이에 따라 보유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답변이 84.9%(복수응답)에 달했다.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나 손녀에게 상속하겠다는 응답도 22.6%나 됐다. 경제적 은퇴 준비 방법으로는 부동산(41.0%)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예·적금과 보험(23.0%), 사적연금(13.5%) 등이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시장 불안…부자들, 부동산은 기본, 주식 줄이고 예·적금 늘렸다
입력 2018-08-07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