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과정에서 심박수가 떨어진 태아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심정지로 사망하게 한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이모(43)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인천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던 이씨는 2014년 11월 25일 독일인 산모 A씨(38)의 분만을 돕던 중 다섯 차례나 태아의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졌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같은 날 오후 4시30분 산모에게 무통주사를 놓은 뒤 태아 심장박동수를 한 차례 확인하고 1시간30분 동안 심장박동수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과실을 인정하고 금고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통주사를 투여한 이후 1시간30분 동안 산모의 상태와 태아의 심장박동수를 검사하는 등 의료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태아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씨의 과실이 있다고 보면서도 과실과 태아 사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는 산부인과학회 등의 권고에 따라 30분간 심장박동수를 지속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자궁 내 태아의 사망 원인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실제 원인 불명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아의 구체적인 사망원인을 알 수 없는 이 사건의 경우 심박수를 30분 단위로 측정했다 하더라도 사망을 막을 수 없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분만 중 태아 사망 의사 무죄 확정
입력 2018-08-06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