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놀이·대화하면서 교회 안팎서 소통 부족 스스로 깨달아”

입력 2018-08-07 00:01
구리 즐거운교회 성도들이 서로 어색했던 사람들에게 스티커를 붙여주며 교제하고 있다.
등을 맞대고 한쪽 성도의 말을 들은 뒤 종이를 접고 오린 성도들이 서로 종이를 비교하며 정확한 소통이 중요한 이유를 배우고 있는 모습.
6일 오후 강원도 홍천 홍천군청소년수련원. 한 교회의 수련회 알림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여느 교회처럼 통성기도나 찬송 소리가 계속 들리지는 않았다. 수련원 안에서는 다른 소리가 들렸다. 웃음과 인사, 대화 소리였다.

80여명의 성도는 수련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서로의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이들은 뺨에 스티커를 붙여주면서 서로 인사를 나눴다. 이번엔 서로의 동작을 따라하는 게임이 시작됐다. 40대 남성 성도와 10대 청소년이 어색함 없이 서로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했다. 웃음보가 터졌다. 경기도 구리 즐거운교회(김용호 목사)의 ‘소통 수련회’ 풍경이다.

교회가 소통 수련회를 마련한 것은 김 목사와 한 성도 사이의 대화가 결정적이었다. 김 목사는 “18년 동안 교회를 섬기면서 마음을 열고 성도들에게 다가갔다고 자부했었다”면서 “한 성도가 ‘목사님이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순간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은 그는 국민대 이의용(교양학부) 교수를 찾아 고민을 나눈 끝에 소통 수련회를 마련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이 교수는 성도들에게 소통은 교회 안팎에서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신 후에 또다시 사람을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서로의 감정을 나누기 위해 광장을 만들었죠. 기독교인은 광장으로 나가 사람을 맞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소통 효과를 극대화하는 6가지 방법을 제시했다(표 참조). 그는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을 하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비기독교인과 대화할 때 교회 용어를 사용하면 ‘교회 사투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4인 가상 가족회의와 거울놀이 등을 진행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도들은 이 교수가 제안한 방식이 지금까지의 수련회와는 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교회학교 추온유(17·여)양은 “소통 수련회라고 해서 의아한 마음에 참여했는데 다른 성도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는 점에서 기존 수련회와는 달랐다”며 “기도와 영성만을 강조하던 지난 수련회보다 배울 거리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장년 남성 성도들은 가상의 가정을 만들고 회의를 해본 뒤 가정에서 소통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회 수련회에 처음 참가했다는 박웅근(48)씨는 “10대 딸 역할을 해 보고 나서야 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처음 갖게 됐다”며 “지금까지 집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며 멋쩍게 웃었다. 홍한기(57) 집사도 “40∼50대 남성들끼리 한 조가 됐는데 결국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채우지 못했다”며 빈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지면서 성도 간 대화도 많아졌다. 이수경(42·여)씨는 같은 교회 도하윤(14)군의 이름을 이번 수련회에 와서 정확히 알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예배 때 자주 마주쳤지만 정작 도군의 이름과 나이는 제대로 몰랐다”며 “소통을 주제로 한 수련회의 묘미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교회는 다양한 사람이 신앙을 갖고 모이는 공동체”라며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과 지내기 위해서는 결국 소통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천=글·사진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