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줄여 ‘북극곰 살리기’ 나섰다

입력 2018-08-06 18:50 수정 2018-08-06 21:12
황상영 선임기장(뒷줄 오른쪽)을 비롯한 제주항공 조종사들이 6일 자발적인 탄소저감운동인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를 알리는 포스터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항공 제공

지난 6월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한 제주항공 비행기의 황상영(48) 선임기장은 관제탑으로부터 이륙허가를 받고 활주로에 진입했다. 예전에는 활주로에 들어선 후 멈췄다가 이륙했지만 이날은 항공기를 멈추지 않고 곧바로 엔진출력을 높여 이륙하는 ‘활주이륙(Rolling take off)’을 했다.

활주이륙을 할 경우 항공기가 움직이고 있는 동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주로에 진입해서 멈춘 후에 이륙하는 것보다 비행시간도 줄이고 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 비행기가 활주이륙을 통해 절약한 연료의 양은 1㎏에 불과했지만, 황 선임기장은 이날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보탬이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제주항공은 6일 자사 조종사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7월 시작한 ‘연료 효율 개선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 활동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륙 방식 개선, 최적 고도 비행, 항로 단축 등의 운항방식으로 연료량을 줄이고 이를 통해 탄소배출량도 감소시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제주항공 기장들은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해 활주이륙, 착륙 후 지상 이동 시 2개의 엔진 중 1개만 사용하기, 연료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는 최적고도 요청 등의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캠페인에 동참한 조종사는 지난해 24명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1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절약한 연료의 양은 총 597t이고 이렇게 해서 줄인 온실가스의 양은 총 1884t이다. 30년 된 소나무 한 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6.6㎏이다. 제주항공 조종사들이 지난 1년간 30년 된 소나무 28만5000그루를 심은 셈이다.

제주항공 조종사들은 캠페인이 2년째를 맞는 이달부터 이 캠페인을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로 부르기로 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을 구한다는 의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연료나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행동의 변화가 환경을 보호한다’는 조종사의 의지와 인식 변화가 더욱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